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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공공기관 지방인재 채용, 립서비스였나
2011-08-26 18:21:42 2011-09-14 23:11:13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기획재정부는 26일 10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평균 지방인재 채용비율을 조사한 결과 42개 기관의 채용비율이 30%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예금보험공사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시설안전관리공단, 국제방송교류재단, 독립기념관 등 8개 기관은 최근 3년간 지역 인재를 한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사가 보도되자 3년 간 지방인재 채용이 0%로 나타난 공공기관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전달해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통해 인원 감축을 압박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최근 3년간 지방인재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압박하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인원을 감축해야 했던 지난2008년과 2010년에 신규 채용을 하지 못했고, 2009년에 채용된 직원은 지방인재가 아닌 까닭"이라며 "정부 발표의 최근 3년간에 포함되지 않은 올해에는 지방인재를 선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채용 자체가 없었던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평이 좋고, 좋은 직장으로 꼽혀 (진입장벽이 높은) 해당 기관의 경우 지방 출신들은 아예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지난2009년 60개 공공기관 정원을 2981명 감축해 재무건전성을 1800억 이상 개선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로 압축·요약'될 수 있다. 민영화하고 인력을 감축한다는 것이 골자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는 고졸출신 인력을 적극 채용하라는 지시도 더해졌다.
 
지방인재 채용비율을 높이라는 정부의 요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인천국제공항 공사는 매각을 검토하고, 구조조정에 따라 공공기관장의 경영실적이 점수화되는 마당에 지방인재를 늘리고, 고졸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은 어딘지 '립서비스'로 그칠 것만 같다.
 
공공기관에는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상충되는 정책으로 압박을 하면서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몇몇 공공기관을 지목해 지엽적인 채용확대 방법으로 지방인재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립서비스에 앞서 보다 큰 틀의 정책과 그 맥락에 맞는 실행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립서비스는 그렇지 않아도 학력차별로 인한 취업난에 고통받는 고졸 출신, 지방 소재 대학 출신들을 두번 울리는 일이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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