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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W 재판부, "거래패턴 분석을 이제서야.." 검찰 질타
선고전 마지막 공판기일은 23일, '야간재판' 진행키로
2011-11-17 16:59:27 2011-11-17 17:00:42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ELW(주식워런트증권) 불공정 거래 혐의로 기소된 대신증권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일반투자자와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거래 유형에 대한 분석은 수사 초기에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재판장) 심리로 열린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에 대한 추가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2009년부터 3년치 12개 증권사의 ELW 거래 내역에 대한 자료를 얼마전 넘겨받았다"며 "A대학교 연구소에 ELW 거래유형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미뤄주면 서둘러서 결과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선고기일은 바꿀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검찰의 뒤늦은 보강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하는 'ELW 거래유형' 분석 보고서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미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먼저 거래유형을 분석한 이후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 혐의 유무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ELW 사건의 선고 결과가 어찌되던간에 향후 5년 이상은 자본시장법 관련 교과서에 실릴 판례가 될 것"이라며 "분석자료가 늦어진 점에 대해 죄송하다. 다만 재판부가 분석 보고서를 받은 이후, 신중히 고려해서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재판부는 "대신증권 재판에서 필요한 ELW 거래방식에 관련된 유형 분석은 우리 재판부의 심리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했다"며 "다만 선고기일 전에 검찰이 분석자료를 낼 수 있으면 받아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혹여 검찰이 분석자료를 내더라도 그 결과물이 증거로 쓰이려면 여러 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A대학교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들었는데, 분석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또는 어떤 기준으로 분석하는지에 대해 변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 검찰이 자료를 내면 변호인도 마찬가지로 그 자료에 대한 동일한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검찰로부터 2년 6개월을 구형받은 노 사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다.
 
◇선고 앞두고 증인 요청하자 변호인 "새로운 증거인냥.." 반발

이날 공판에서는 선고를 불과 열흘 앞두고 검찰이 추가 증인신문을 요청한데 대해 변호인이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증인신문하려고 하는 일반투자자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이미 변호인 측에서 동의했고 결심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마치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굳이 기일을 더 열어 증인신문을 해야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ELW 관련 재판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일반투자자의 증언이 법정에서 현출된 적 없다"며 "대신증권 재판부에서 일반투자자를 증인신문하면 다른 ELW 재판부에도 공통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ELW 거래 과정을 담은 동영상 CD의 제출 시기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은 "변호인 측에서 하루 전 동영상 CD를 구입해 분석해본 결과 화면 내용은 지난달 6일에 이뤄진 거래를 촬영한 걸로 확인됐다"며 "그동안 여러차례 증인신문 기일이 진행됐는데 어째서 미리 제출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검찰이 동영상의 존재를 알게된 건 결심공판 이후다. 동영상 CD를 3주 전에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동영상 내용은 변호인 측의 주장하고 배치되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일반투자자가 어째서 '스캘퍼 때문에 본인들이 손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오해를 풀 수 있는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 동영상을 보고도 다르게 판단하는걸 보면, 검찰과 변호인의 확실한 견해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 법대 아래에서 'ELW 동영상' 설명 들어

ELW 거래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검증하가 위해 재판부는 법대 아래로 내려와 화면이 잘 보이는 곳에 나란히 앉아 검찰과 변호인의 설명을 들었다.

이날 프리젠테이션에서 검찰은 "LP(유동성공급자)의 물량이 실시간으로 공급되지 않고, LP호가를 예측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한 종목에 몰릴때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스캘퍼들이 수익을 얻는다"며 "일반투자자들은 스캘퍼가 얻은 '부정한 수단' 때문에 거래 기회를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은 "LP 물량이 사라지는 화면은 검찰의 오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동영상에 LP 호가 전송이 지연되는 장면이 여럿 보인다. 호가 정보는 안오고 체결정보만 바로 오는 구조"라며 "LP 호가가 변동되는 과정에서 화면에 '깜박'하고 사라지는 순간을 일반투자자는 '스캘퍼가 다 먹어서 물량이 날아갔구나'하고 오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변호인은 "아마도 이 동영상을 제작한 일반투자자 이모씨는 다른 사람에게 본인 입장에 맞는 화면을 의뢰해 영상을 제작한 것 같다. 실제로 스캘퍼는 화면에서 거래되는 종목에 들어가 거래를 하는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은 검찰의 '거래기회 상실' 주장에 대해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일반투자자는 선물가격의 시세를 보고 손으로 거래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을 때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는 일반투자자는 손해를 입고, 이미 원하는 가격이 아닌 상태에서 남은 물량을 매매하는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은 선물가격의 변화를 미리 알면 내일자 신문을 보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스캘퍼는 선물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뜯어먹는 전략'을 쓰는 반면, 일반투자자는 선물가격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감을 가지고 '방향성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서 "서로 간의 경쟁 영역이 다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인 28일 이전에 추가기일을 열어 증인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ELW 관련 대신증권에 대한 마지막 공판기일은 23일 오후 6시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이날 검찰 측 증인 일반투자자 김모씨 등 2명과 변호인 측 전문가 증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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