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망신 '롯데·제일모직'..뿔난 中企·소비자에 '무릎'
롯데칠성, 국순당에 사과후 소 취하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표절 논란 직후 '사과·소각 약속'
2012-03-05 15:36:11 2012-03-05 15:50:00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중소기업 제품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망신’을 샀던 롯데 계열사 롯데칠성과 삼성 계열사 제일모직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칠성(005300)제일모직(001300)은 표절논란 제품을 소각하거나 다시는 팔지 않겠다고 상대 중소기업에 사과하는 선에서 논란을 마무리했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기술 착취 논란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하고 소송 혹은 맞소송으로 맞서거나 애써 외면했던 이전의 행태와 비교해 이례적인 일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6일 국순당은 자사의 '예담 차례주' 용기와 롯데칠성에서 생산하는 '백화 차례주'의 용기가 유사하다며 ‘백화 차례주’의 제조와 판매 및 배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국순당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1300억원대로 2조20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롯데칠성의 1/17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당시 국순당은 "병의 모양, 색깔, 뚜껑, 병목 포장 비닐지의 색상과 문양, 글자체 등이 유사해 소비자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롯데칠성은 신속하게 국순당에 유감의 표시와 함께 디자인 변경을 약속했고 국순당은 소를 취하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 측에서 자신들이 출시한 '백화 차례주'가 국순당의 '예담 차례주'와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 부분에 대해 소홀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생산된 제품까지만 판매하고 더 이상 그 디자인으로 생산하지 않고 다음 명절 때는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국순당에서는 백화 차례주가 명절에만 주로 팔리는 제품이고 문제를 확대하고 싶지 않아 롯데칠성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국내 패션 업계 1위인 제일모직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가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삼성가 3세인 이서현 부사장이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와 경쟁하겠다며 3년간 심혈을 기울여 런칭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는 1주일만에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인 코벨의 양말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에잇세컨즈는 논란 당일인 28일 오후 11시께 김진면 제일모직 전무 겸 개미플러스유통 대표와 임직원 명의로 28일 밤 11시쯤 공식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소각 처리를 약속했다.
 
에잇세컨즈 측은 "양말 상품 1개 스타일의 상품이 타 회사의 상품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돼 매장에서 모두 철수하고, 전량 소각했다"며 "사업 초기에 유사 디자인 검증 프로세스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코벨'은 "자사의 '투톤 삭스'와 컬러·재질·디자인·디테일에서 99% 같은 에잇세컨즈의 양말이 코벨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에잇세컨즈인 8초가 카피에 걸리는 시간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이날 코벨과 에잇세컨즈 양말을 비교해 블로그에 올린 사진 한 장은 결국 대기업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이서현 부사장의 글로벌 전략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대기업의 신속한 사과는 똑똑해진 소비자들 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소송을 이어가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불공정하고 부적절한 처신이 알려지면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불매운동 혹은 퇴출 서명 운동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기업 이미지 실추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촛불 집회 당시 인터넷을 통해 퍼진 불매운동과 최근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논란 이후 대기업들이 잇따라 철수를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대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과오를 인정하고 신속한 사과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구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Me Too 인기 제품의 디자인 등을 카피해 인기에 편승하는 전략)'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롯데와 제일모직의 관행에 대한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의 합동 반격"이라고 평가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눈물을 짜내 손쉽게 이윤을 챙기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금력 때문에 억울하게 기술과 제품을 빼앗겼던 아픔을 소비자들 덕에 만회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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