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미래)퇴직연금을 아시나요?
[기획특집]연금개혁 늦추면 미래도 없다 <2부> 퇴직연금, 갈 길이 멀다
3층연금 중심축으로 성장..자산규모 70조원
근로자, 퇴직 일시금 선호 여전.."적극적 자산운용전략 필요"
2013-09-10 11:29:49 2013-09-10 20:57:20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 한 전직 정부요원이 자신의 계획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해커들을 죽이는 동시에 미국의 네트워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교통, 통신, 금융, 전기 등 모든 네트워크가 테러리스트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미국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이 전직 요원은 이 사건을 맡은 형사의 401(K) 적립금액을 '0'으로 만들어 협박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다이하드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의 줄거리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노후수단의 하나인 401K는 영화 전개상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할 만큼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내 퇴직연금이 확정급여(DB)형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는 커녕 내가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태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연금이 노후자금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은 아직까지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8년전 도입..70조 적립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회사 밖 금융기관에 퇴직금 해당금액을 적립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받도록 한 제도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근로자의 노후소득 불안문제와 기존 퇴직금의 수급권 보장을 위해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70조4526억원으로 도입 8년 만에 자산규모 70조원에 이르는 거대연금으로 성장했다.
 
2020년이면 퇴직연금 누적액이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매년 2배 이상 몸집을 불리던 고성장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을 빠르게 대체하며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이른바 3층 연금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中企도입 저조.."제도 와해될 우려"
 
퇴직연금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소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퇴직연금 제도로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연금으로 지급받는 비율이 매우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퇴직금 추계액(152조원) 대비 퇴직연금 적립률은 46.3%, 전체 상용근로자 수 1016만명 대비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457만명으로 가입률은 45.0% 수준이다.
 
상시근로자 수 300인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2.0%인 반면,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도입률은 14.0%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에서는 가입자가 퇴직 시 급여를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이전토록 의무화했지만,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IRP로 이전된 급여를 단기간 내 수령해 개인형IRP의 적립금 증가는 높지 않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중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들 3만2000명 중 3만명(94.5%)가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연금 수급자는 5.5%에 불과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제도로의 전환이 안되고 있고 설령 되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시금을 선호하고 있어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와해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안정성에 치중.."적극적 전략 필요"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은 70조원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잠자고 있다.
 
가입자의 안정적·보수적 성향에 따라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운용방법별로는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3.4%(65조5422억원)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실적배당형은 5.8%(4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원리금보장상품 중에서는 예금이 57.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리형보험(33.9%)이 뒤를 이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중심의 자산운용은 투자상품의 선택폭을 감소시켜 운용수익률 제고를 통한 연금재원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
 
박홍민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장은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퇴직할 때까지 길게는 3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며 "좀 더 적극적인 자산운용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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