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심각성이 글로벌 증시의 하락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으로 물들고 있어 한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22일 세계경제가 "심각한 (Serious)" 상황이며 미 경기 침체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CNN머니를 통해 밝혔다.
마르틴 루터 킹 데이로 미 증시가 하루를 휴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증시와 아시아 증시는 폭락 사태로 얼룩졌다. 미 FRB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감되고 있다. 미 금리 인하의 효과로 추락하고 있는 미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자괴감이 그 이유이다.
중국은행(BOC)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언론을 통해 속속 보도되면서 중국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상하이 종합지수는 5261p에서 올해 들어 수직 낙하, 22일 종가 기준으로 4559p를 기록 13.34% 급락했다.
미 서브프라임 부실의 무풍지대로 여겨오던 중국 증시의 추락은 이머징 마켓의 추가 조정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22일 글로벌 증시는 혼돈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코스피 지수는 4.43% 급락했다. 코스피는 작년 말 기준 1897p 대비 올해 하락률은 무려 15.23%에 달한다. 22일 국내 증시는 급락으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일본증시도 5.7%나 하락했다. 지난해 말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5,307p를 기록했다. 22일 종가는 12,573p로 올해 하락률이 17.86%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중국은행을 비롯 여타 2개의 대형 은행들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손실이 심각한 수준에 직면에 있다고 밝혔다.
BNP파리바도 중국은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지난해 8월 발표된 4억7300만 달러보다 10배 많은 4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중국은행(BOC)의 모기지 관련 채권 투자규모가 80억 달러 상당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중 적어도 20억 달러는 상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의 장딩스 부주석은 "중국의 소형은행들이 지급준비율 인상과 서브프라임 위기로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경고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는 21일 중국은행과 공상은행, 건설은행에 대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채권 상각에 필요한 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라고 이미 지시한 바 있다.
이렇게 최근 중국은행들의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은 중국의 은행 규정상 실적발표 전인 3월 말 까지 손실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추가 부실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럽도 전전긍긍하긴 마찬가지이다. 유럽 증시의 하락도 금융주가 주도하고 있다. 채권보증회사인 암박의 신용등급 하향과 미국의 신용 경색 사태로 유럽도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채권보증회사를 지칭하는 모노라인은 수익률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인 자산담보부증권(CDO)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상태이다.
EU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2.2%에서 1.8%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 미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어 EU경제에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은 오는 2월 14일 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UBS의 실적에 긴장하고 있다. 유럽최대은행인 UBS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유가증권시장 부서를 폐쇄할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즈가 19일 보도했다.
UBS는 씨티그룹, 메릴린치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에서 EU는 UBS의 분기 실적이 몰고 올 파장에 벌써부터 극구 신중한 모습이다. 영국은행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공포에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바클레이즈, 로이드TSB, HBOS 등은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손실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유럽시장은 암박, MBIA 등 미 채권보증회사의 부실 파산 공포가 확대되자 유럽기업의 디폴트(부도)위험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미 채권보증회사가 보증한 채권이 신용등급 하향의 영향으로 시장에 쏟아져나올 경우 채권시장을 마비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디폴트 사태가 커질 경우 주식시장에도 펀드 런(대량 환매)이 발생할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기관인 피델리티는 22일 글로벌 주가 하락으로 인해 펀드 런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일선 펀드매니저들에게 펀드 환매에 대비해 운용자산의 2%를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지시했다.
피델리티는 미국의 신용경색 파문이 여타 금융기관으로 전이되고 있는 점과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현금화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미국이 글로벌 시장의 패닉에 따른 충격파를 그대로 흡수할 경우 시장은 하락의 도미노 효과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정부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모두 패닉의 공포로 얼룩졌다. 원 달러 환율은 953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8월 17일 이후 5개월 만에 950원대로 상승했다. 원 엔 재정환율도 100엔 당 899원40전을 기록,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23일 오전 7시 30분 은행연합회에서 김석동 재경부 차관과 이승우 금감위 부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여한 긴급 금융정책협의회을 개최, 최근 금융시장의 이상 징후를 점검하고 펀드 런 등 만일에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21일 자산운용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 이상의 공모 주식형 펀드 596개 중에서 17일 기준으로 순자산총액이 설정액을 밑도는 펀드는 322개로 전체에 5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작년 말 증시가 고점을 찍을 무렵 자금이 크게 몰린 인기 펀드의 경우 원금 손실 규모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펀드에 대한 가입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과 일본 증시의 추락이 계속될 경우 국내 투자가의 동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츠펀드의 경우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손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는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17일 기준으로 펀드의 기준가는 설정액 대비 14%의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증시 추락이 하루 이틀 지속될 경우 투자자의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설정 이후 처음으로 운용 내역이 공개되는 만큼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태이다.
문제는 국내 여건보다는 펀드 런 사태의 진원지가 해외로부터 몰려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에 있다. 지난해 영국은행 노던 록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영국 정부가 초기 적극적인 대처로 안정화에 성공한 것을 보면 펀드 런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은 지나친 감이 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전세계에 동시 다발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어디로 불똥이 튈지는 너무나도 사태의 심각성이 커져 버렸다.
미 증시 추락으로 인한 패닉 사태가 좀 더 지속될 경우 미 최대 뮤추얼 펀드인 피델리티가 상정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roy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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