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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3' 배우들 고생 많았습니다"
2016-05-25 00:30:23 2016-05-25 00:30:23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국내 공포영화 시리즈인 '무서운 이야기3'가 지난 24일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 시대를 대변하는 공포가 담긴 옴니버스 영화다. '여우골', '로드레이지', '기계령' 등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갖고 있는 메시지와 분위기 등 색깔이 뚜렷하지만, 출연 배우들이 유난히도 고생을 많이 한 공통점이 보인다.

 

이날 취재진에게 영화를 선 공개하고 배우들과 감독들의 촬영 소감을 들어보는 '무서운 이야기3' 언론시사회가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백승빈, 김선, 김곡 등 세 명의 감독은 촬영 내내 고생한 배우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무서운 이야기3' 임슬옹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우골' 백승빈 감독, "임슬옹에게 감동했다"

 

'무서운 이야기3'의 첫 에피소드인 '여우골'은 과거를 치르고 고향으로 내려오던 선비 이생(임슬옹 분)이 도적떼를 만나 다리를 다치고 쫓기던 중에 산골의 한 마을에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마을에서 병약한 노인(김종수 분)과 과부 여인(지안 분)을 만난 이생은 이들이 일반적인 인간이 아님을 느끼고 탈출을 감행한다.

 

'여우골'은 과거 KBS2에서 여름이 오면 방송되던 '전설의 고향'을 연상시킨다. 어쩌면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일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 이 에피소드에서 이생은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비아냥거림은 물론 짓밟히는 존재로 등장한다.

 

나약한 인간을 표현한 임슬옹은 깊은 산골을 거침없이 뛰어다닌다. 산 속에서 넘어지고 구르는 장면이 분량의 반 이상이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촬영 현장이 쉽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동굴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임슬옹의 고생은 엄청났다고 한다.

 

'여우골'을 연출한 백승빈 감독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임슬옹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색안경이 있었다. 하지만 내 편견과 달리 임슬옹은 굉장히 진지했다. 연기도 훌륭했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이어 "동굴신이 있다. 그 동굴은 실제로 3초만 있어도 마스크가 새까맣게 변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임슬옹은 하루 종일 촬영하면서 인상 한 번 구긴 적 없었다. 속은 어떻게 썩어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내색 한 번 안했다. 정말 고마운 배우"라고 말했다.

 

경수진·박정민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로드레이지' 김선 감독 "저에게 욕을 해 주세요"

 

두 번째 에피소드인 '로드레이지'에는 배우 박정민과 경수진, 이대현이 나온다. 오랜만에 커플 5주년 여행을 떠난 동근(박정민 분)과 수진(경수진 분)은 고속도로 위에서 느리게 가는 덤프트럭 뒤에 붙게 된다. 업무 스트레스로 짜증이 많이 난 동근은 덤프트럭을 향해 크락션을 울리는데, 그 이후부터 덤프트럭이 동근과 수진 차 앞에서 길을 갑작스럽게 막는 등 난폭하게 보복 운전을 한다. 동근과 수진은 덤프트럭과 위험한 질주를 하게 된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보복 운전을 소재로 한 '로드레이지'는 익명성에 대한 공포를 다룬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도로 위에서 만나 위험천만한 일을 겪는 커플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낸다.

 

박정민과 경수진은 '로드레이지'에서 유독 몸 고생을 심하게 한다. 덤프트럭 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가 하면, 이유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대현 분)에게 얻어맞는다. 그 과정에서도 두 배우는 감정을 놓지 않고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김선 감독은 '로드레이지'가 가장 힘든 촬영 현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편 모두 힘들었겠지만, '로드레이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모레와 폐쇄공포, 먼지와 싸웠다. 도로 위에서는 속도와 싸웠다. 이정도로 연기를 해낸 것에 감사한다. 두 배우에게 평소 미안하다는 말을 꽤 했다"고 말한 뒤 두 배우를 바라보며 "저를 욕하려면 욕해달라"고 말했다.

 

홍은희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기계령' 김곡 감독 "홍은희는 태생적인 영화배우"

 

마지막 에피소드인 '기계령'은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의 한 가족이 된 미래를 그린다. 어린 아들을 보살필 틈이 없는 워킹맘 예선(홍은희 분)은 자신을 대신해 10년 넘게 아들을 돌봐 주는 인공지능 둔코(이재인 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들과 둔코는 서로에게 의지를 느끼지만, 인공지능의 결함으로 둔코에게 결함이 생기면서 오히려 아들을 위협한다. 아들의 안전에 문제성을 느낀 예선은 둔코를 없애고 새 로봇(김솔로몬 분)을 들인다. 하지만 새 로봇으로부터 둔코의 잔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계령'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세계 최초로 로봇 귀신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곡 감독의 목표가 꽤나 훌륭히 표현된다. 버그가 있으며, 인간에게 원한을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이 에피소드는 인공지능의 편리함과 위험성을 드러낸다.

 

'무서운 이야기3'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홍은희는 다른 배우들보다 육체적인 고생은 덜해보이지만, 정신적인 고생이 엿보인다. 특수 분장을 하는 아이들과 함께 앞선 두 편 보다 더욱 무서운 공포를 만들어낸다. '기계령'을 연출한 김곡 감독은 홍은희를 두고 태생적인 영화배우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함께한 배우들은 단지 배우가 아니라 좋은 배우였다. 테이크 사이에 끊김없이 감정을 가져가고 시나리오의 느낌을 촬영장 내에서 고스란히 보존하려 했다""특히 홍은희는 태생적인 영화배우였다. 홍은희가 아니었으면 영화가 산으로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홍은희는 아이들이 특수 분장을 하는 시간 동안 카메라 렌즈 앞에서 대기했다. 쉬었다가 나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으로 감정에 몰입했다. 그런 힘든 과정을 잘 참아냈다. 고맙다는 말을 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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