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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재무사정 악화에 총수들도 보유주식 담보
30대재벌 중 11명이 담보 설정…6명은 지분 절반이상이 담보
2016-10-03 16:32:36 2016-10-03 16:32:36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총수들도 빚더미에 앉았다. 국내 30대 재벌 총수 중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잡힌 총수가 6명이다. 절반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고자 사재를 턴 경우다. 담보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 위축과 대출금 회수 등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토대로 30대 재벌 총수의 주식담보 내역을 조사한 결과,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총수는 모두 11명이다. 이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식가치는 2조7793억원(9월29일 종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 6명은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이 담보로 설정됐다.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가 빚보증으로 이어졌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동부화재·동부증권·동부하이텍 등 4개사 주식 3045만5000여주 전량을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들 주식가치는 3462억원이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사를 지원하는 용도로 쓰였다. 동부하이텍(3000억원), 동부건설(540억원), 동부LED(70억원), 동부팜한농(50억원), 동부메탈(200억원), 동부대우전자(60억원) 등을 지원한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동부하이텍이 동부대우전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데 130억원어치의 동부 주식을 담보로 내놨다. 한진해운의 부실 책임을 지고 사재를 내놓은 조양호 회장도 지난달 12일 한진 주식 82만2000여주 전량과 한진칼 주식 1054만여주의 47.4%인 500만주를 담보로 맡겼다. 조 회장이 담보로 제공한 한진과 한진칼의 주식 가치는 1205억원이다. 현대상선 사태로 사재를 출연한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13만여주 가운데 54.7%인 116만5000여주(747억원)를 KB투자증권 등에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사용처가 불분명하거나 재판과정에서의 피해변제 용도도 있다. 박정원 회장은 1389억원어치 두산과 두산건설 주식 161만8000여주의 99.9%를 은행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 사용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분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를 냈을 것이란 추측이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 주식 1697만7000여주 가운데 65.4%인 1110만주(3885억원)를 담보 대출했다. 2013년 재판과정에서 피해변상 공탁금을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재판에서 피해복구 노력이 정상참작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회장도 효성 보유 주식 356만2000여주의 61.3%인 218만4000주(2883억원)가 국세청 등에 담보로 묶여있다.
 
한편, 이재현 CJ 회장은 계열사 차입 관련 담보로 CJ 주식 1227만5000여주의 36.7%인 450만주를 제공했다. 주식 수는 많지 않지만, 가치는 8483억원으로 11명 중에서 가장 컸다. 최태원 SK 회장은 SK 보유 주식(1646만5000여주)의 9.1%인 150만2000여주(3710억원)를 NH투자증권 등에 맡기고 개인대출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주식 548만6000여주 중 18.5%인 101만4000여주(2015억원)를 일본 미즈호은행 등에 담보 제공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동국제강 보유주식의 35.2%인 465만주(374억원)를 담보로 맡겼다. 허창수 GS 회장은 GS와 GS건설 주식의 2.6%인 31만5000여주(141억원)를 담보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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