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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모바일앱' 우후죽순…고객 불만 속출
시중은행이 출시한 앱 56개…"거래속도 느려" "필요 없는 앱도 깔아야"
전문가들 "핵심기능 담은 앱으로 통합 필요"
2017-01-03 15:38:05 2017-01-03 15:38:0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핀테크 혁명으로 '내 손안에 은행'을 구현한 모바일 앱이 우후죽순 확대되고 있지만, 개수만 많을 뿐 서비스의 질이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다퉈 앱 서비스를 개시하다 보니, 편리성과 신속성이란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모바일 앱 관련 소비자 민원에 대처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 앱이 서비스 별로 과도하게 세분화돼 있다보니, 뭐가뭔지 구분이 쉽지 않은 데다, 중복되는 기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3일 현재, 신한은행 19개, 국민은행 16개, KEB하나은행 12개, 우리은행 9개로 시중은행 앱만해도 총 56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애플 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은행 관련 앱이 너무 많아서 쓰기 불편하고, 불필요한 앱을 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민원성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예적금, 예적금 알림, 앱카드, 자산관리, 환전, 가계부 등 앱 서비스가 세분화돼 있다보니 소비자는 앱을 일일이 다운받아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심지어 환전 우대이율을 받으려고 환전 앱을 깔았는데, 다른 앱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없는 기능까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저장해야 하는 것이다. 
 
앱 개수를 떠나 아예 접속 자체가 안되거나, 로그인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빗발친다. 이와 관련해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모바일 앱 개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앱이 속출한 것"이라며 "금전 거래가 아닌 일반 조회 업무에도 공인인증서 확인을 거치고 있어 외국 모바일 앱에 비해 속도가 매우 느리고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앱 통합과 연계성 강화를 검토 중이다. 비슷한 기능의 앱을 하나로 합치거나, 링크를 걸어둬 앱 간 연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핀테크 기술을 도입해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앱 개수 늘리기는 지양하는 대신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앱 통합이나 기술 개선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A 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앱을 하나로 통합하면 용량이 너무 커지고 속도도 느려진다"며 "딱 하나의 기능만 원하는 소비자의 경우, 기능이 통합된 앱은 저장 공간만 많이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B은행은 "고객의 필요에 따라 분리할 것은 분리하고 합칠 것은 합쳐야 하겠지만, 시스템 통합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인인증서를 없애는 것도 현재 은행 시스템에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앱이 출시되면 편의성이 올라갈 수 있다"며 "그러나 너무 많은 종류의 앱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핵심 기능 몇가지만 담은 앱으로도 충분히 소비자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이 과도하게 세분화되다 보니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회사원
이 스마트폰으로 구글 사이트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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