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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호 끝내 좌초…"인적쇄신 포함 개혁도 물거품"
미래전략실 생명연장 불가피…"삼성의 새 미래 출범도 늦춰졌다"
2017-01-16 18:17:30 2017-01-16 18:17:30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재영·박진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공은 법원에 넘어갔다. 영장이 기각되지 않으면 삼성으로선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까지 경영 일선에서 이탈하게 된다.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불구속 수사로 정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최순실씨 지원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 판단했다. 대가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이었다. 수뇌부 간 거취가 엇갈리게 되면서 이 부회장이 계획했던 개혁도 일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6일 “당초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축소 및 폐지를 포함해 인적쇄신을 하려 했다"며 최 실장과 장 차장 등이 쇄신 대상임을 밝혔다. 완전 폐지 시점은 경영권 승계 완료 이후가 유력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불가피해지면서, 공백을 메울 미래전략실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 이는 반동의 가능성을 남긴다. 앞선 관계자는 "인적쇄신을 포함한 삼성 개혁은 무기한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친정체제 구축을 통한 삼성의 새 미래 출범도 늦춰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인적쇄신을 포함한 대대적인 삼성의 개혁이 계획됐고, 연장선상에서 미래전략실 폐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미래전략실은 존립 목적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맞춰졌기 때문에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젊은 이 부회장으로서는 마땅찮은 대목이었다. 때문에 지난달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약속했던 "미래전략실 폐지"도 돌출발언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이재용식 삼성 개혁은 이날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특검이 내세운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는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이다. 제3자 뇌물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입증하는 게 쟁점이다. 특검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에서 뇌물 청탁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와 함께 삼성의 뇌물공여액을 430억원으로, 이중 일부를 횡령액으로 판단했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검은 삼성이 증거인멸을 위해 최씨 측과 수차례 공모한 정황과 함께 이 부회장 진술이 다른 임원들과 다른 점도 주의 깊게 봤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신병처리 여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경제논리도 대통령을 최종 타깃으로 하는 특검 앞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반면 삼성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 이후 대통령 독대가 이뤄져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 당시 헤지펀드 엘리엇의 경영권 위협 속에 합병을 찬성하는 여론도 많았기 때문에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법조계 의견도 있다.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경영 시계는 멈췄다. 인사 및 조직개편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 것도 전면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9조원대 하만 인수도 주주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는 속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로 적극적인 대응도 어려워졌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 제한, 금산분리 등 삼성을 겨냥한 경제민주화법 대응력도 약화된다. 대외 신인도 하락도 삼성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투자자들의 줄소송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특검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공여액에 포함시킴에 따라 다른 재벌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졌다. 다만 특검은 입건 범위를 최소한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대가성 의혹이 크게 불거진 SK, 롯데 등에 대해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일부 경제단체들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며 이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의 상태는 변화가 없다. 병원 관계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치료를 잘 받고 계신다”고 짧게 말했다. 최지성 부회장이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경우 거의 매일 업무보고를 위해 병원을 찾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그조차 어렵게 됐다.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한 삼성의 모습이다.  
 
이재영·박진아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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