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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지배구조 개선 '진퇴양난'
새정부 출범 이후 지주사 전환 잠정보류…삼성은 포기, 현대차는 발등의 불
2017-05-23 16:36:20 2017-05-23 16:36:2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재벌개혁을 내세운 만큼 재계의 근심이 크다. 공약은 지주회사 요건 강화,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 지주회사 미전환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요약된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선 이전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과 대조적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모든 활동이 잠정 보류됐다. 지주회사 규제 강화 법안이 추진될 경우의 수를 따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20%에서 30%로 상향)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의무소각 또는 신주 배정 금지 등의 입법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던 기업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순환출자와 금산분리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도 없다.
 
현대중공업과 롯데는 흔들다리 중간에 섰다. 현대중공업은 규제 이전 인적분할을 시도해 자사주를 활용, 현대로보틱스의 지주사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되면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공개매수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조 단위의 자금 소요가 전망된다. 롯데는 순환출자 문제도 겹쳐 자금 부담이 더욱 크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규제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삼성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지주사 전환을 아예 포기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대신 금산분리, 순환출자 위험이 커졌다. 보험업법 개정안,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등으로 금융계열사와 얽힌 지분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해, 소각 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올라가면 금산법상 기준 초과 지분(10% 이상)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추진설을 부인했지만 새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교수가 "순환출자가 총수일가 지배권을 유지하고 승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만 남았다"고 지적해 압박감이 커졌다. 지주 전환 없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88%)을 처분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4조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환출자가 없어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한화도 금산분리 이슈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도 지주회사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 강제 지주 전환 리스크도 상존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총수일가 지배기업인 (주)한화의 자산을 키우는 방안이 있다. 방산 계열사 합병 관측도 나오지만 이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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