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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트럼프 한미FTA폐기 파문, 차분히 대응"
"모든 가능성 대비 철저히 준비"…통상마찰 고조·협상용 가능성
2017-09-03 15:40:20 2017-09-03 15:40:20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르면 내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허리케인 '하비' 수혜 현장인 텍사스 주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FTA 폐기(withdrawal)를 백악관 참모들에게 지시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매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다음주에 폐기 여부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준비 지시 및 폐기 여부 논의 방침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우리측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특별회의가 결렬된 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동에서 미국은 한미FTA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 확대와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의 무역 불균형 심화 등을 들어 협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우리측은 미국의 상품 수지 적자는 한미FTA가 원인이 아닌 만큼 우선 한미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요인에 대한 조사 분석을 먼저 하자고 제시했다.
 
우리측이 제안한 '한미FTA 효과 공동분석 선이행'이라는 전제조건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한미 FTA폐기' 발언이 나온 상황이다.
 
한미FTA 협정문에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뒤 상대국으로부터 별 다른 이의가 없을 경우 180일 후에 종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쪽 당사국의 의지만으로도 협정문 종료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 양국 통상 수장간 특별회의가 불과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섣불리 폐기 절차에 돌입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5.7규모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 이에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폐기 지시'는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협상요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이번 파장에 대해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익과 국격을 위해 당당하게 한미FTA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고 공동위 브리핑에서 밝혔듯이 미측과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공식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발언의 진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핵 안보위기 속에서 한·미 FTA 폐기하는 것에 대해 동맹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겠나"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실제 폐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때부터 이야기한 사안인 만큼 당연히 대비하고 있었다"면서도 "FTA 개정협상이 시작된 만큼 진짜 그런 것까지 염두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텍사스수 휴스턴의 허리케인 하비 대피소에서 주민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한미FTA 폐기 여부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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