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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좋은’ 사회를 만드는 ‘좋은’ 기업, 인공지능이 찾아드립니다
기업 비재무 가치 AI 분석 스타트업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 대표
‘사람’의 한계 IT기술로 해결하고자 AI 로보 애널리스트 ‘후즈굿’ 고안
2017-09-18 08:00:10 2017-09-18 08:00:10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금융가의 잘나가는 애널리스트에게 ‘좋은’ 기업을 알려달라고 하면 다르게 답할지 몰라도, 인공지능 로보 애널리스트 ‘후즈굿(Who's good)’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당신에게 제시한다. ‘좋음’에 대한 제각기의 생각을 가진 인간과 달리 굳건한 기준도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즉, 비재무 가치다. 이 대쪽 같은 로보 애널리스트 앞에서는 제아무리 매출 1위 기업이라도 비재무 가치부문이 미흡하면 가차 없이 낮은 점수가 매겨진다.
 
막연하게라도 ‘갑질’ 기업에는 불매 철퇴를 내리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서 이 처럼 명확한 기준을 각성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그동안의 행실이 ‘나쁜’ 기업은 머지않아 맞을 부메랑에 진땀을 뺄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후즈굿은 2014년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 ‘지속가능발전소’에서 선보여 현재 로보 애널리스트로 운영중이다. 후즈굿의 아버지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를 서울 63빌딩 핀테크 센터에서 15일 만났다.
 
- 그동안 기업 분석은 애널리스트의 영역이었다. 어떻게 ‘인공지능(AI)’이 ‘비재무 가치’를 분석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가?
‘사람’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일어난 남양유업 갑질 사태가 인상에 남아있다. 기업은 자사의 부정적인 면모를 담은 데이터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는다. 남양유업 사태의 경우는 일반인 중 누군가가 갑질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사건의 심각성이 조명돼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요즘은 이처럼 1인 미디어가 활성화돼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억울한 사건을 개인이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비싼 값을 치러야지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바로 ‘비재무 리스크’이다.
 
비재무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브랜드 가치나 실적뿐 아니라, 존립 자체까지 위협이 가는 사례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유독 최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기 보다는 위처럼 SNS의 활성화로 대중 노출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비재무 리스크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고비용 접근성도 문제지만, 근본적 문제점은 ‘오염된 데이터’다. 기업이 손을 댄 데이터가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이유로 기업제공 설문조사기반 데이터를 대부분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결과를 담은 보고서도 최근 발표됐다. 이외로는 애널리스트의 편향성도 문제다. 양심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의 한계를 IT기술로 해결하고자 고안한 것이 AI 로보 애널리스트다.
 
‘핀테크와 인공지능이 ESG 데이터 문제 해결이 가능할까.’ 지난해 열린 ‘Responsible Investor’와 ‘Thomson Reuters 1’의 웹 세미나의 제목이 이것이었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로보 애널리스트 ‘후즈굿’의 기반 데이터는 무엇인가?
공공데이터와 뉴스 기반 빅데이터다. 컨설팅 비즈니스를 데이터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알고리즘 파악이 필요하다. 많은 노하우들을 알고리즘화해야 AI 자동분석이 가능한 것이고. 쉽고 빠르게 일정한 질의 분석정보를 도출하려다 보니 공공데이터와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됐다. 아직은 사람보다 정보를 걸러내고 분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얘기하긴 어렵겠지만, 딥러닝과 같은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사람을 능가할 수 있으리라 본다.
 
-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비재무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데이터가 얼마 없다는 점이다. 보통 공공데이터가 전부 공개되어있고,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정작 우리가 필요한 데이터는 감춰져 있다. 존재해도 못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오픈 데이터’가 ‘오픈’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목숨이 걸린 산업재해 관련 데이터나, OECD에서도 중요한 지표인 노동조합 가입률, 장애인 고용률… 이와 같은 데이터들이 기업과 정부 기관 내부에서는 보고서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당 데이터를 외부자인 우리가 공개 요청하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 기관마저 공개를 꺼린다. 어렵게 받은 데이터도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데이터만 있으면 분석을 할 수 있는데, 도무지 제공해주지 않는다. 한번은 노동부에 노동조합 가입률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영업비밀이라며 거절당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와의 연락 이후 기존에 올려져 있던 데이터마저 삭제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시 연락해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노동부 관계자가 ‘기업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요지로 거절했다. 산업부도 아니고 노동부가 기업의 편을 든 것이다. 이는 노동부의 규정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중재요청을 해서 결국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결국 무시됐다. 이유는 여전했다. ‘데이터 공개에는 기업의 동의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 그렇다면 기술의 발전이 이 같은 현 상황의 대안이라고 보고 있는 것인가?
데이터가 오로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그들이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분석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단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기업이 사고를 쳤다고 해서 그 기업의 모든 면모가 100% 나쁘다고 섣불리 비난할 수는 없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하는 정말 많은 활동 중 잘하는 분야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은 지적하고 시정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잘하는 부분까지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ESG를 기반으로 기업을 지적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비재무 가치는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해외에도 우리와 비슷한 성격의 몇몇 경쟁사가 있는데, 아직 기업의 여러 비재무 리스크 징후 중 무시할 수 없는 요소를 찾아서 지적해주는 부분이 다들 미흡한 상태다. 우리는 객관적인 방법론을 찾아서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 그래도 국내에서 공적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제화 움직임이 보이는 추세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아닐까. 이미 유럽, 미국 등지에서 많이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단계다. 기본적으로 연기금은 공익성이 있다. 당연히 비재무 가치를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 820여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다. 꽃다발은 손잡이를 잡으면 전체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중심에 있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한국의 주식시장이 움직일 것이다. ESG 기준에 따라 회사를 걸러내고, 투자를 회수한다는 자체가 기업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그동안은 전범 기업에 투자를 할 정도로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기금을 운영하는 연기금답지 못한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소의 미션이 ‘Good company makes Good society’다. 이 원칙을 국민연금이 가져야 했지 않을까.
 
- AI 사업을 하는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슈를 흔하게 들을 수 있을 텐데, 영향을 실감하는가?
누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느냐는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투자하겠다는 분들도 늘어서 좋긴 하다. 많은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이 여러 산업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에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던 산업도 기술발전을 통해 바뀌고 있다. 대표적 예로 구글 번역이 있다. 이전에도 꾸준히 성장을 거쳐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지만, 구글 딥러닝 팀이 함께하자 향후 10년의 발전목표치를 3개월 만에 이뤄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유명한 인용구처럼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 ‘후즈굿’의 영향력을 실감한 적이 있는가?
아직 와 닿을 정도로 큰 영향력은 없다. 그러나 ‘네이버 금융’에서 후즈굿을 바탕으로 상장기업의 비재무 정보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는데, 실제로 한 기업 측에서 정보를 잘못 게재한 것이 아니냐며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잘못된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돌려보냈지만, 기업 쪽에서 신경을 쓰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비재무 가치 평가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비재무 정보 공시제도를 법제화해 조정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인데, 시작부터 반대가 있는 것 같다. 거창하게 시작하지는 못하겠지만, 점점 비중이 커져야 할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중요성에 각성해야 한다. 그와 관련해 미국에서 ‘징벌적 배상제도’ 관련 판결이 있었다. 문제가 있는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잘못 투자하지 않으려면 투자자도 회사를 정말 잘 알아야 한다.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판례다.
 
- 지속가능발전소가 상상하는 앞으로의 사회는?
아무리 빠른 속도로 고도발전해도 결국에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살아남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면 사람들이 먼저 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가능하겠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사회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오뚜기를 두고 올해 들어 ‘갓뚜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지 않았던가. 그 모습에 벅차올랐다. 오뚜기는 아무런 재무적 이슈 없이 주가가 올랐다. 이런 사회를 줄곧 기대했다.
 
- 지속가능발전소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비재무 가치평가를 가장 잘 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세계의 어느 기업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앞줄 가운데)와 직원들. 사진/KSRN
 
이주인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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