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잠자리가 편하려면 잠자리를 잡지 마라
입력 : 2017-09-22 06:00:00 수정 : 2017-09-22 06:00:00
"하늘엔 모기와 잠자리가 떼 지어 떠다니고, 그 아래에 원정군 병사들은 저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대도시의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서 섬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슴벌레 수컷 두 마리가 싸우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3권의 한 장면이다. 물론 화자(話者)는 개미다. 개미는 조용하지만 그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싸움과 소란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하긴 먹고 먹히는 공간인데 평화로울 리가 없다.
 
개미가 보는 자연만 소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잠자리도 요즘 소란스럽다. 여름 내내 잠잠했던 모기들이 느닷없이 가을에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모기들은 계절을 잊었다. 올 여름에는 왜 모기가 적었을까?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서 40여 년을 근무하고 은퇴한 윤석준 선생은 여름에 모기가 적었던 까닭은 초여름이 가물어서 장구벌레가 살 만한 곳이 적었고 한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이 고이지 못하고 흘러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다가 최근 비가 자주 와 모기의 개체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사실 개체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이나 정화조 같은 곳에 살던 모기들이 날씨가 쌀쌀해지자 따뜻한 집 안으로 침입하기 때문에 우리 잠자리를 해치는 모기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모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곤충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기는 싫어한다. 심지어 "나는 인간이 없는 지구를 꿈꿔요."라고 말하는 극단적인 생태주의자들마저 모기에게만은 호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싫어해도 모기의 서식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다.
 
모기는 우리보다 선배다. 인류가 침팬지와 같은 조상에서 갈라선 게 겨우 700만 년 전의 일이지만 모기는 무려 8000만 년 전에 생겨났다. 그래서 중생대 쥐라기의 공룡들은 모기에 물려보지 못했지만 백악기의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는 모기에게 꽤나 시달렸을 것이다.
 
이후에 등장한 포유류들은 모기에게 속수무책이었다. 모기는 사람보다는 다른 동물을 더 좋아했다. 공룡이나 염소의 피를 빨아먹다가 맞아 죽는 모기는 없어도 사람에게 덤볐다가는 맞아 죽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두 손 만세! 하지만 암컷 모기들은 때로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 자기 몸 안에 품고 있는 알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성애다.
 
모기의 모성애는 위대하다. 하지만 모기에게만 모성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엄마들의 모성애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사람들은 모기 퇴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궁리했다. 모기장, 모기 살충제, 모기향, 전기 모기채를 발명했다.
 
모기가 사람을 먹잇감으로 찾는 방법은 세 가지. 땀 냄새와 체온 그리고 이산화탄소다. 땀 냄새와 체온은 몸을 씻으면 해결할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모기에 물리지 않겠다고 숨을 쉬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인간들은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표적이 된 대상은 이집트숲모기. 뎅기열, 말라리아, 황열병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카 바이러스의 숙주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세 사람은 이집트숲모기 수컷의 유전자를 조작해 GM모기를 만들었다. GM수컷모기와 교미한 암컷에게서 태어난 애벌레는 어른 모기로 자라지 못한다. GM모기를 많이 풀어놓으면 모기의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과학자들은 파나마와 브라질에 GM모기를 풀어놓았다. 그러자 실제로 이집트숲모기의 개체수가 95퍼센트나 줄었다. 하지만 질병 발생은 줄지 않았다. 뎅기열 환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면역력이 생긴 또 다른 GM모기가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잠자리가 편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그 답이 있다. 왜 하늘에 모기와 잠자리가 떼지어 날아다니겠는가. 그들은 노닐고 있는 게 아니다. 쫓고 쫓기는 중이다. 잠자리는 곤충 세계에서 최고의 포식자. 잠자리는 모기를 하루에 50~60마리씩 잡아먹는다. 물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도 마찬가지다. 잠자리 애벌레는 올챙이와 작은 물고기를 마구 사냥하는데,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도 하루에 50마리씩 잡아먹는다.
 
모기에게 시달리지 않는 잠자리를 원한다면 잠자리를 잡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거미, 사마귀, 직박구리 등 천적이 많은 잠자리를 사람마저 힘들게 할 이유가 없다. 잠자리채를 들지 말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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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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