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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주류 금융에 ‘기후변화 리스크 반영’ 본격화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관련 정보공개·기업관여 거세질 전망
CDP 한국보고서 "우리나라 기업, 통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자 대응 커뮤니케이션 필요"
2017-10-30 08:00:00 2017-10-30 08:00:00
기후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를 기업의 사업전략에 통합하고, 환경을 포함한 CSR(사회적 책임) 부서와 투자자를 담당하는 IR 부서 등이 참여하는, 보다 통합적이고 적극적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CDP한국위원회(사무국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는 ‘전환의 시대, 그 문을 열다’라는 제목의 ‘CDP 기후변화 한국보고서’(CDP Korea Climate Change Report 2017)를 통해, 파리협정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리스크를 주류 금융에 제도적으로 확산?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국제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물 등 환경 이슈와 관련한 금융기관들의 정보공개 요구는 물론 주주권 행사 등 국내 기업에 대한 기업관여(engagement)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며 이같이 제언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에 영향을 가져온다"며 "세계 각국 정부도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 실패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과 그에 따른 투자자, 예탁자, 연기금 가입자 피해를 막기 위한 금융정책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금융시스템의 취약성 평가·해소·감독을 위해 설립된 금융안정위원회의 활동과 EU의 비재무공시 그리고 프랑스의 에너지 전환법을 그 대표적인 예로 거론했다.
 
G20,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의무화 추진
금융안정위원회(FSB)는 G20의 요청으로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리스크 반영을 위한 방법론 개발을 위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을 수장으로 하는 기후변화재무정보공개TF인 TCFD(Task Force for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를 발족했다. TCFD는 올해 독일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금융기관과 기업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 정보공개를 핵심으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고, 이의 의무화를 위해 활동기간을 연장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시행될 비재무정보 의무공시 가이드라인에 TCFD의 이 권고안을 반영했다. 프랑스는 모든 투자기관에 의무적으로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 즉 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한 투자정책을 공시하고, 은행의 재무건정성 평가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반영하는 ‘에너지 전환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기업에도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재무 관련 위험,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 해당 기업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 및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으로 인한 결과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개발은행들도 대출자산에 대한 온실가스배출량 산정과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를 도입하거나 계획하고 있으며, S&P 등 금융기관의 신용도 평가에 기후변화 정책 여부를 반영하는 민간 신용평가사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후금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탁자 책임에 관한 행동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와 연기금의 ESG 고려와 공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흐름이다. 경제 규모 상위 50개 국가 중 14개 나라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고, 24개 국가에서는 연기금의 ESG 고려 여부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 하는 등 자산운용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 이슈로 인한 위탁자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정책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이처럼 ESG 요소를 반영한 사회책임투자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흐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입법지원으로 2015년 초에 국민연금의 ESG 자율 고려 및 관련 공시 의무화 법이 시행된 이후, 공적연기금과 국책 금융기관의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 고려와 공시 관련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국가재정법, 국민연금법, 한국투자공사법,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도 지난해 말 도입되었다.
 
사회책임투자에 입각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그리고 이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 확보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사회책임투자가 주목을 받고 코드에 가입하거나 가입 의향서를 제출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내년 주총 전에는 코드 가입이 확실시 된다. 아베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발전한 일본의 사회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정책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는 빠르게 정착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정보공개 요구와 기업관여 한층 강화
보고서는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흐름들에 대한 종합을 토대로 "국내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기후변화 정보공개 요구 증가와 관련 공시제도의 도입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세계 800개 이상의 금융기관(운용자산 100조 US달러)이 CDP 서명기관으로 참여하여 기후변화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또 경제 규모 상위 50개 나라 중 46개 국가에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업의 ESG 전체 또는 일부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업보고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정보를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미 상임위를 통과해 연내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와 관련된 투자기관의 기업관여도 증가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의 다수 투자기관은 탄소감축행동인 CDP의 Carbon Action,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투자자 그룹인 IIGCC 등의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공동으로 기업관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책임투자원칙(PRI)에 가입한 주요 연기금들도 ESG 이슈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기업관여를 하고 있다. 올해 엑손 모빌(Exxon Mobile)의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이 반대한 기후변화 관련 주주제안이 기관투자자 연합과 일반 주주들에 의해 통과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과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과 ESG 고려 강화 등으로 금융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은 이제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압력 뿐만 아니라 투자자산의 가치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직면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도 사업전략에 기후변화 등 ESG 이슈 통합, CSR과 IR 부서와의 유기적 관계 정립 등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투자자 대응 등 이해관계자 소통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게 보고서의 제언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KSRN 집행위원) argos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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