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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끊김 없는 이동형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가 구현
고속버스에서 SUV로 시장 확대…이동형에 오픈형까지 '유료방송의 진화'
이형진 KT스카이라이프마케팅전략실장 "시장 탓이 아닌 변화된 환경을 주도한다"
2017-11-06 15:03:39 2017-11-06 18:00:07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장거리 고속버스의 지루함은 차장 밖 풍경과 TV가 달래준다. 물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차창 밖과 TV를 향하던 눈도 모바일로 시야를 달리 했다. 그래도 대화면의 강점은 역시 TV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운전기사 옆에 설치된 큰 화면으로 TV를 볼 수 있는 것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이 있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은 인공위성을 활용해 방송 전파를 송수신한다. 케이블TV나 인터넷(IP)TV가 불가능한 도서산간 지역까지 방송이 가능한 광대역성이 위성방송의 최대 강점이다.
 
덕분에 이동 중에도 TV를 볼 수 있지만 버스가 터널로 들어가면 방송이 끊긴다. 터널 속에서는 방송 신호를 받을 수 없다. 터널 밖이라도 버스가 고가도로 아래로 지나가면 순간적으로 화면이 끊겼다가 다시 재생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 같은 위성방송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롱텀에볼루션(LTE) 신호를 활용해 끊김이 않는 이동형 방송을 구현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영위하는 모기업 KT와의 합작품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동형 방송을 발판으로 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KT스카이라이프에서 이형진 마케팅전략실장을 만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들었다.
 
이형진 KT스카이라이프 마케팅전략실장이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SUV 옵션 협의 중…초기 설치비 최소화"
 
"고속버스뿐만 아니라 SUV 차량에도 TV가 장착될 것입니다. 나아가 차량 구매시 필요한 옵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7월 이동형 고화질 영상 서비스 '스카이라이프 LTE TV'(SLT)를 출시했다. 차량이 터널로 들어가거나, 고가도로 아래로 지나가면서 위성신호가 약해지더라도 영상이 끊기지 않는다. 'RET' 기술 덕분이다. RET는 위성신호가 약해 깨진 영상정보를 LTE 망으로 전송해 깨끗한 화면으로 전환해 준다. 모기업 KT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양사는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7대의 차량을 이용해 경부·중부·영동 등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KT스카이라이프는 SLT 출시와 함께 차량에 부착되는 위성 안테나의 크기도 기존의 5분의 1(30 x 4.2cm)로 줄였다.
 
KT스카이라이프는 SLT를 기반으로 고속버스를 비롯해 SUV 차량과 기업이나 기관의 임원들이 주로 타는 고급 차량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국내 고속버스와 관광버스 시장은 5만대 규모로, 그중 4만대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라며 "안테나 크기도 줄여 가족 단위의 SUV 차량으로 시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캠핑카들은 위성방송을 채택하고 있다. 그는 "기업 VIP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SLT 서비스를 체험한 모 임원은 방송 화질이 너무 좋아 밤에는 오히려 화면 밝기를 줄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월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는 1만2000원~1만3000원이다. 1년 단위로 보면 60억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SLT로 인한 잠재적 시장 규모는 기존의 10배인 6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실장은 "국내 SUV 시장 규모는 90만대 수준"으로 "그중 30%만 공략하더라도 기존 시장의 10배 규모로 커진다"고 말했다.
 
터널 속에서 SLT 방송과 기존 차량형 방송 서비스를 비교한 모습. 사진/KT스카이라이프
 
SLT는 LTE 데이터를 사용하는 까닭에 월 이용료가 부과된다. 이용료는 2년 약정 기준 월 1만6500원이며, 안테나·셋톱박스·LTE 모뎀 등 수신장비 비용과 설치비는 별도다. 현재 무료시청 3개월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실장은 "초기 설치비용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SLT를 차량 구매시 선택하는 옵션 중 하나로 공급하는 것이다.
 
국내 모 자동차 제조사와도 일부 SUV 차량에 옵션으로 채택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안테나가 차량 외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탑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는 KT와 초박형 안테나를 개발 중이다. 양사는 초박형 SLT 안테나의 크기를 25 x 3cm로 맞출 계획이다. 이동과 대기 시간이 많은 대형 화물차 시장도 SLT의 타깃이다. 이 실장은 "기존 4만대의 고속버스와 SUV 90만대, 대형 화물차 35만대까지 더하면 총 130만대의 차량들이 SLT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 후보"라고 말했다. SLT는 출시 후 3개월간 약 3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 조사 단계다. 해외 진출이 까다로운 대표적인 산업이 방송과 통신이다. 기반 시설을 공급한 다음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일부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형·오픈형으로 진화…UHD 가입자 늘릴 것"
 
KT스카이라이프는 SLT 외에 TV향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텔레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 텔레비는 TV에서 원하는 채널만 보면서 유튜브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하고 싶은 1인 가구가 타깃이다. CJ헬로의 '뷰잉'과 TV 기반 OTT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텔레비의 특징은 실시간 지상파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LT는 지상파와 종편을 비롯해 드라마·영화·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개 실시간 채널을 제공한다. 이 실장은 "텔레비는 SaaS(서비스형 플랫폼) 모델로, 기존의 클라우드 환경을 임차해서 종량제로 비용을 내는 형태로 원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텔레비는 기존 케이블이나 IPTV와 달리 약정 없이 원하는 채널을 골라볼 수 있다. 지상파, 종편 등 8개 채널로 구성된 기본팩의 가격은 월 3300원이다. 영화·연예오락·스포츠 등 장르별 30여개 채널로 구성된 선택형 패키지에서 개인 취향에 따라 원하는 채널을 고를 수 있다. 채널당 요금은 월 550원이다. 텔레비 박스는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설치가 가능하다. 집에서 시청하던 텔레비 박스를 주말에 여행지로 가져가 와이파이만 연결하면 시청이 가능하다.
 
ARPU가 높은 UHD(초고화질) 가입자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이 실장은 "UHD는 기존 HD방송보다 ARPU가 약 2000원 높다"며 "신규 가입자 중 60%가 UHD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지난 3분기 기준 누적 UHD 방송가입자는 75만명으로, 전체 방송 가입자의 17%를 차지했다. UHD 방송 가입자는 전분기 대비 10만명 늘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3분기 서비스 매출(가입자의 서비스 이용요금)은 84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7%(6억원) 증가해  2분기 연속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고정형 위성방송이 주 매출이었지만 최근 2년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변화를 통해 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다. 이 실장은 "고정형에서 이동형 방송으로 전환하며 텔레비를 통한 오픈형 방송 전략으로 변했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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