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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임원인사 난기류…유력 후보 이해선 낙마
'수석부원장' 거론되던 이해선에 불가 통보
장하성 고대라인·금융관료 출신에 발목 잡힌 듯
2017-11-08 16:53:57 2017-11-08 16:53:57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낙마하면서 금감원 후속 임원인사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국정감사가 끝난 이달 초쯤에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감원이 진원지가 된 인사비리와 금융관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8일 청와대 관계자는 "금감원 수석부원장 후보였던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에게 불가 뜻이 전달됐다"며 "단독으로 수석부원장 후보로 추천됐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찾을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금감원 수석부원장에는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이 위원장은 행정고시 29회로 금융위원회 출신이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그동안 금융위 출신이 맡아온 데다 금감원장에 민간 출신인 최흥식 원장이 기용된 만큼 관료 출신이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맥과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이 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고려대 동문인 장하성 실장이 이 위원장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 내부에서 경제팀 인선에 입김을 행사하는 장 실장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서는 이른바 '장하성 인맥'이 급부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같은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장 실장이 강력하게 추천한 케이스다. 민간 출신으로 금감원장에 오른 최흥식 원장도 장 실장과 경기고등학교 동문이다. 장 실장이 최 원장을 강력히 밀면서 인사가 막판에 뒤집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경기고 동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참여연대 출신) 등도 장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선을 받았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장하성 라인'이 구축되는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렸다.
 
특히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가 터진 마당에 수석부원장에 관료 출신을 기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수석부원장 인선 차질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 사건에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인물들이 줄줄이 엮이면서 관료 출신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진 것이다.
 
금감원 노조도 "모피아 출신 인사를 수석부원장으로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공기업과 정부부처 고위직을 장악한 모피아의 청탁을 모피아 출신이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는 특히 "채용비리에 연루되거나 혐의를 받고 있는 전임 수석부원장들이 모두 모피아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부원장 인사가 안갯 속에 빠지면서 최흥식 금감원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초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지난 9월 취임했지만, 감독에 전문성 있는 임원 인사가 막혀 두 달 가까이 업무추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임원들은 이미 전원 사퇴를 통보받아 주요 의사결정은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열린 이후 진행이 안되고 있다. 제재심의위원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맡는데 현재 공석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석부원장이 선임된 다음에 부원장, 부원장보 인사를 단행하는 게 순서지만, 감독 업무 정상화를 위해 내부 출신 위주로 선임하는 부원장보 이상의 인사부터 먼저 챙겨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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