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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축은행들, 개인사업자대출 확대한다
OK·SBI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 98%·76% 넘어
금융당국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개인사업자대출 확대
2017-11-13 14:22:43 2017-11-13 14:22:43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실시하면서 개인대출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자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 영업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개인사업자들이 사업자금용도로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생활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가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상반기 6511억원의 개인사업자대출액을 기록하며 1년 전(3276억원)보다 98.7% 증가했다. 이 기간 SBI저축은행은 76.1% 증가한 6940억원, HK저축은행은 15.5% 증가한 5405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한국투자저축은행(1616억원, 36.1%), 페퍼저축은행(1603억원, 56.85%), 대신저축은행(1333억원, 82.85%) 등도 개인사업자대출액이 크게 늘었다.
 
저축은행 업계의 개인신용대출 잔액 역시 최근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9개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2015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4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는 1조2748억원이 늘었고, 2017년 상반기에는 1조7778억원이 늘어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개인사업자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데는 올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큰 영향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대형저축은행의 CEO를 소집해 지난해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반기에는 5.1%, 하반기에는 5.4% 수준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개인대출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또한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돼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형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기업대출을 단기간에 빠르게 늘리기는 힘든 만큼, 이보다 영업이 수월한 개인사업자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사업자대출의 급증이 자칫 가계대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그 동안 자영업자 대출은 주로 개인사업자대출로 이뤄져 있어 실질적으로는 가계대출이면서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소홀히 다뤄져 왔다"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개인사업자들이 사업자금용도로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생활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급속도록 증가할 경우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적용받지 않는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고 있다. 저축은행 한 영업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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