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최저임금 인상 D-33…임금체계 개편 놓고 노사갈등
이마트·KCC, 상여금 수당 전환 시도에 노조 반발…상여금 성격 놓고 동상이몽
2017-11-30 15:28:54 2017-11-30 15:28:54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금액 기준 역대 최대폭 인상된 최저임금 시행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30일 경영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마트, KCC 등은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여금을 수당으로 변경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다. 노조는 최저임금에 산입이 불가능한 상여금을 수당으로 변경하는 것은 꼼수며, 이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희석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마트지부(노조)에 따르면 이마트는 상여금 또는 성과급을 직무능력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상여금과 성과급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지만, 업무 및 직책과 관련해 매달 지급하는 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이 된다. 직무능력급으로 바뀌면 지급 방식도 달라진다. 최저임금에 산입하려면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마트는 연 2회 기본급의 200%에 달하는 상여금과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이를 16.6%씩 분할해 매달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이마트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검토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보다 1060원(인상률 16.4%) 오른다. 금액 기준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전문직(진열·캐셔 등) 사원의 올해 시급은 6790원 수준으로, 법 위반을 피하려면 회사는 최소 740원 이상 시급을 높여야 한다. 다만, 임금체계를 개편할 겨우 회사의 부담은 소폭 줄어든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마트가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600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상여금 또는 성과급이 직무능력급으로 변경되면 회사는 최소 16%가량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KCC는 여주공장 직원의 상여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공장은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넣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반면 여주공장 노사는 상여금 폐지를 두고 갈등 중이다. 회사는 상여금 600%를 없애는 대신 시급을 대폭 높이겠다고 제안했다. 노사가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KCC는 내년부터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된다. KCC여주노조는 내년부터 120여명이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가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킬 경우 노조가 환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논란이 해소돼, 연장 및 야간 수당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임금수준이 낮은 회사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면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벌어진 상여금 논란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기업들은 기본급 인상 대신 수당을 신설하고 상여금을 높이면서 실질임금을 높이는 방식을 택해왔다. 노조도 기본급 인상이 어려운 점을 고려, 상여금과 수당을 받는 차선택을 택했다. 노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배보다 배꼽이 큰 '기형적 임금체계'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새로운 논란이 벌어졌다. 여기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계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최저임금 산입에는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이해에 따라 상여금의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무제공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돼야 한다. 적어도 통상임금의 범위와 최저임금의 범위는 같아야 한다"며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면 결국 최저임금 제도가 왜곡돼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