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청와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공감을 표하면서 노동계가 발칵 뒤집혔다. 정기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 장하성 정책실장이 "결정된 게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계 협회장들과 비공개로 만찬 간담회를 가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계의 고충과, 그 대안으로 상여금 등의 고정성 임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1060원)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하자, 줄곧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해왔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노동계는 청와대가 사실상 재계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천을 위해 금액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상여금과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될 경우 인상 효과는 무의미해진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그런데 산입범위까지 확대되면 인상 혜택을 볼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노동계와 정부 간 이른바 '허니문'이 깨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여당이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고, 휴일근무시 휴일수당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부터 균열은 감지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참여정부 개혁이 좌초된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며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는 형국으로 노정 관계의 기본은 신뢰"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공공·보건부문 노사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가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노정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최근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토론회에 민주노총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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