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앞으로 대기업의 경우 1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지급조건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전속거래 강요가 금지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대상에 '보복행위'가 추가된다. 소규모 하도급업체의 공동행위는 소비자 이익 저해 우려가 없는 한 담합 규정 적용에서 배제된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23개 과제를 담고 있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가맹, 8월 유통 분야에 대한 대책에 이어 발표하는 공정위의 소위 '갑을 분야 대책' 세번째로, 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하도급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번엔 특별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인들 앞에서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경제의 중간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더욱 튼튼히 만들어 도약의 시도를 하게끔 하기 위한 주춧돌이 바로 하도급거래를 공정하게 만드는 노력이라 생각한다"면서 "공정위뿐만 아니라 범 정부 차원에서 하도급 거래 정상화를 위해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는 ▲ 거래조건 협상부터 계약이행에 이르는 거래 전 과정에서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해소하는 내용이고, 두번째는 ▲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노력을 촉구하되 1차 협력업체를 넘어 2, 3차 하위 협력업체로까지 확산하는 내용, 마지막으로 ▲ 법제도 개선, 상생협력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직권조사해 법을 집행하는 내용 등이다.
먼저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정당한 사유 없는 전속거래 강요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를 대상으로 2년마다 전속거래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도급업체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소규모 하도급업체의 공동행위에 대한 담합규정 적용이 배제되도록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한다. 또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깍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하도급업체의 원가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하도급법에 별도의 위법행위로 명시해 금지하고, 요구금지 대상이 되는 세부정보의 유형을 정하는 고시도 제정할 계획이다.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협의 요건의 경우 노무비 상승분 등이 포함된 공급원가 변동으로 확대하고, 공사기간 연장으로 원도급 금액 증액시 하도급 금액 증액 의무화를 추진한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노력 촉구를 위해선 대기업에 대한 1차 협력사와의 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의무화하고, 2차 이하 협력사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대기업의 노력을 유도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2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조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하도급법상의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제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기업의 의구심을 해소하고자 관련 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하도급 대금 및 임금·자재대금 체불 문제 개선을 위해 하도급대금 지급관리시스템 사용의 확산을 유도하고, 체불 문제에 대한 발주자의 책임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정거래협약 이행 모범사례 발굴·확산을 위해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도 공정거래협약에 보다 많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정거래협약 이행을 통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신기술, 신제품을 개발해 품질향상, 비용절감, 외화절감 등 경쟁력을 강화시킨 모범사례들도 발굴한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선 공정위가 직권조사해 법을 집행할 예정이다.
기술 유용억제 및 보호강화를 위해 하도급법을 개정해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한다. 특히 하도급업체에 대해 기술수출을 제한하거나, 하도급업체가 기술수출을 했다는 이유로 거래를 제한하는 원사업자의 행위를 별도의 위법행위로 명시해 금지할 계획이다. 부당특약의 경우 세부적인 유형 및 기준을 정하는 고시를 제정한다. 또 공정위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적극 활용해 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며, 반복적 법위반사업자에 대한 신고사건의 경우 더 이상 분쟁조정을 의뢰하지 않고, 공정위가 직접 처리하도록 의무화한다. 기술자료 유용, 보복행위 등 법위반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부과하는 정액과징금의 상한은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보복행위'도 3배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공정거래조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상담센터'를 설치해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해소, 상생협력 노력을 촉구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해선 법집행을 강화하고 피해구제 실효성을 높이려 공정위가 노력하겠다"며 "강조하고 싶은 건 바로 기술탈취 문제다.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기술유용에 대해서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물론 전속고발제 폐지는 국회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하도급의 경우 기술유용에 대해서 만큼은 가장 먼저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중소기업이 평생에 걸쳐 개발해온 기술을 보호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기업의 반발과 우려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대기업 경쟁력을 옭죄는 교각살우를 의도하는 건 절대 아니"라며 "성장의 과실이 밑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또 위로도 올라가는 두개의 트랙이 상호 선순환하도록 하는 게 공정위의 정책 목표다. 오늘 발표한 내용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지 대기업 경쟁력 자체를 무너뜨릴 의도를 가진 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근로자와 소비자에 빠르게 확산되도록 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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