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3개월 간 끊겨있던 판문점 연락채널이 전격 복원된 가운데, 당국자 간 구체적인 협의가 언제부터 이뤄질지는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문제부터 차분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북은 4일 오전·오후 두 차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회선을 점검하는 수준의 기본적인 통신을 진행했다. 오전 통화에서 남측 연락관이 “(회담 개최 관련) 알려줄 내용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북측 연락관은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답한 뒤 통화가 종료됐다. 오후 접촉에서도 회담관련 언급은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의 반응을) 차분하게 기다린 후 다음 스텝(단계)을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9일 고위급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의)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회담 의제를 한정해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초반에는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체육 실무회담 형식으로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조 장관이 제안한 고위급 회담이 열릴 수도 있지만 남북 양측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측이 지난해 7월 제안한 군사회담이 열린다 해도 북측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우리측이 북한 비핵화 등을 각각 요구할 경우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에서도 북측이 지난해 중국 북한식당을 탈출한 13명의 여종업원 문제를 거론할 경우 마땅히 대응할 카드가 없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너무 욕심내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칫 (대화의) 층위를 확대하면 우리가 불리해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화 주제가 넓어질수록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논의과정을 거치는 과정도 필요하다. 국제사회 차원에서 대북제재가 시행 중인 가운데 미국 내 일각에서 남북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것도 고려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공동 접견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우리 정부의 남북 당국회담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3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차량들이 민통선 지역을 오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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