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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최저임금…산업계 혼란 가중
상여금 산입범위 포함 놓고 진통…노사 합의해도 제도 개편까지 난항
2018-01-11 17:18:53 2018-01-11 17:25:0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의 완충장치를 마련했지만, 현실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다. 기업 단위 노사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의 반발도 상당하다. 오는 6월부터는 2019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돼 상반기 내내 산업계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11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7년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올해도 기본급 조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지급 시기는 1월 급여일인 다음달 10일이다. 해당 수당은 최저임금보다 임금이 낮은 직원에게 지급된다. 실제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법에 따라 산입이 불가능한 수당을 제하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상황이 벌어진다. 현대중공업은 토요일도 유급으로 운영한다. 주5일제 기업보다 최저임금 기준 금액이 월 25만원가량 높다. 올해는 월 183만2049원보다 임금이 낮은 직원이 조정수당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이 같은 문제로 상여금 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상여금을 쪼개 매달 지급할 경우 기본급 조정수당을 폐지해도 된다는 게 이들 기업이 마련한 복안이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 노사는 상여금 300%를 매달 25%씩 지급하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조합원 52.58%가 반대해 상여금 분할은 무산됐다. 
 
상여금 분할은 노조에 민감한 현안으로 노사 합의가 어렵다. 제조업종의 다수 사업장은 상여금 분할 문제로 지난해 임단협도 못 끝낸 상황이다. 가까스로 노사가 상여금을 분할해도 문제는 남는다.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지 않거나 기본급에 포함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은 남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최저임금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노사 위원은 지난 10일 만나 산입범위 확대 여부를 논의했다. 6개월 만에 만났지만, 기존 입장차가 여전했다. 노동계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경영계는 산입범위를 넓히고, 지역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사 위원은 다음달 20일까지 세 차례 더 만나 논의한다. 양측의 이견이 커 합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최저임금위는 다음달까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할 경우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노사 양측의 의견도 권고안과 함께 보고한다. 
 
국회도 산입범위 개정을 검토 중이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을 주 58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현안까지 더해질 경우 여야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최저임금위는 6월부터 2019년 최저임금 논의에 착수한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이 이행되려면 내년 최저임금은 8670원으로 올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정착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피력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시작부터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서 사용자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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