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성수대교 붕괴 후 24년, 세브란스와 세종병원의 차이
입력 : 2018-02-05 06:00:00 수정 : 2018-02-05 06:00:00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건물 천장에서 전기합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경과를 살펴보자. 화재 8분 만에 소방인력이 현장에 도착했다. 총 270명의 인력과 소방차량 80대, 소방헬기가 투입됐다. 화재 발생 지점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고 구획별 방화셔터도 정상적으로 움직여 연기 확산을 막았다. 지하 3층~지상 7층의 환자와 보호자들 400여명이 의료진, 직원, 소방인력의 체계적 안내와 통제에 따라 옥상 등으로 이동했다.
 
세브란스병원엔 지상층과 옥상으로 연결된 특별 피난 계단이 세 군데 있었는데 화재 발생과 동시에 자동으로 개방됐다. 8명이 연기를 마셔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19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방화벽? 1층의 경우 도면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없었다. 화재 발생 직후 전기공급이 중단되 피해가 더 커졌는데,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세종병원에 설치된 비상발전기는 저용량, 수동식이었다. ‘작동’이 아니라 ‘설치’에 의미를 둔 물건은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29명이 사망한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역시 밀양 세종병원과 비슷한 그림이다. 두 곳 다 건물과 사업장 소유 관계부터 복잡하고, ‘의무’가 아닌 시설물은 설치되지 않았고 ‘의무’인 시설은 움직이지 않았다. 소방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직원들이 이리 저리 애 썼지만 피해를 막진 못했다.
 
밀양 화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석상에서 “근본 원인을 따지면 압축성장 과정에서 외형 성장에 치우치며 안전을 도외시한 과거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룩한 고도성장 그늘”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외형성에 치우쳐 안전을 도외시한 과거’ 역시 근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현 상황의 근본원인일까?
 
문민정부 출범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93년 지반 침하로 인한 구포역 기차 탈선 사고, 1994년 서울 한강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대구 도시철도 상인역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대형 사고만 꼽아봐도 이 정도다.
 
소를 잃은 이후 일부 외양간은 고쳐졌다. 대도시에 집중된 사고라 더 그랬다. 요식행위나 다름없던 공사 감리가 확 바뀌었다. 대도시의 토목, 건설현장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그래서 90년대의 삼풍백화점들 상당수는 오늘날의 세브란스 병원이 됐다.
 
문제는 인구 13만의 제천, 인구 10만의 밀양이다. 그리고 수많은 제천과 밀양들이다. 도대체 어디가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서류나 건물 설계도를 들여다봐도 알 수 없다. 중앙정부는 당연하게 모르고 지방정부도 모른다. 알 능력도 안 된다.
 
세종병원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밀양보건소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보건소장 아래 보건위생과장이 그 아래 의약담당 직원이 편재되어있었다.
 
그 직원의 업무는 ▲의약업소 개설 허가 및 신고에 관한 사항 ▲의약업소 지도감독 및 행정처분 ▲마약류 관리에 관한 사항 ▲의료기사 의무기록사 및 안경사에 대한 지도 등에 관한 사항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신고 관리 ▲응급의료에 관한 계획 수립 ▲안전상비 의약품 판매신고 ▲의료기기 판매 및 수리업 신고 ▲365안심 병동사업 ▲안경업소, 치과기공소 개설등록신고 ▲헌혈에 관한 사항 ▲건강검진기관 지정 승인 신청 ▲장기기증 및 장기이식업무 ▲화장품판매업소 지도점검 ▲연휴비상진료대책 였다.
 
수십년 전 각급 학교의 시설물엔 화재관리 책임자를 알리는 종이가 단정하게만 붙어있었다. 정(正)의 자리엔 교장 이름이 부(副) 자리엔 교감이나 주임교사 이름이 적혀있었다. 딱 그 꼴이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하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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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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