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 지쳐 쓰러지는데…에어부산 "문제 없다" 강조만
과잉 스케줄 논란일자 사내공지…승무원들 "근본적 대책 없어"
"사측, 항공운항법 기준 우회해 무리한 스케줄 강요"
입력 : 2018-02-12 17:57:34 수정 : 2018-02-12 17:57:34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인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무리한 운항일정으로 쓰러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에어부산 사측이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공지해 객실승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측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어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 9일 객실승무원들이 스케줄 등을 확인하는 게시판에 '승무원 비행근무 및 지상휴식시간 공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토부 항공안전법 시행규책을 안내했다. 에어부산은 게시글에서 "최근 승무원 비행근무시간이 초과한 사례가 있어 관련 규정을 공지하고, 업무에 참고하길 바란다"며 공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128조 객실승무원의 승무시간 기준 등을 명시했다. 이 시행규칙에 따르면 객실승무원은 하루 최대 비행근무 시간이 14시간 이하면, 다음 비행까지 8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 받는다. 14~20시간 비행근무를 설 때 12시간을 쉴 수 있다.
 
공지글이 나가자 일선 객실 승무원들은 사측의 대응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인력 부족에 따른 무리한 스케줄로 승무원들이 쓰러져가고 있는데, 사측은 국토부 규정을 준수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에어부산의 한 객실승무원은 "언론 보도 이후 사측이 가장 기본이 되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공지한 것은 '어차피 법에 위배되지 않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개선점은 제시하지 않고, 규정만 강조하고 있어 화가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에어부산 사측이 항공안전법 테두리를 교묘하게 비켜나가는 식으로 객실승무원들을 무리한 일정으로 내몰고 있는 행태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예를 들어 14시간 비행근무를 선 객실승무원이 밤 10시 김해공항에 착륙하고, 다음 날 7시 출근하는 일정의 경우 중간에 9시간의 휴식 시간이 생긴다. 다음 비행까지 8시간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 항공운항법 규정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이다. 출퇴근 이동시간과 귀가 후 취침과 출근 준비 시간, 실제 출근시간보다 1시간 당겨 나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작 4~5시간정도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에어부산 객실승무원은 "전날 밤 비행 뒤 다음날 오전 근무가 잡힐 때 스케줄 조정을 요청해도 회사에서는 '갈 사람이 없다, 항공안전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고 있다"며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객실승무원들이 안전하게 비행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객실승무원의 비행시간 기준 등을 명시한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이 항공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안을 제정했던 2001년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 체제라 항공사끼리 무리한 경쟁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었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각 항공사는 노선확충은 물론 항공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에어부산 역시 외형확대에 힘을 쏟았으나 인력충원을 소홀히 해 꼼수 일정을 운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어부산 사측은 객실승무원에게 정확한 휴식시간을 안내하기 위해 공지를 띄운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비행 후 휴식시간에 대해 잘 모르는 객실승무원들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안전보안실에서 재공지를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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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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