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부품 원가 부풀리기' 카이 구매본부장, 1심서 집행유예
허위 견적서 제출 혐의 등은 유죄…차액 편취 혐의·배임은 무죄
2018-02-21 12:00:53 2018-02-22 13:55:57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부품 원가 부풀리기'로 방위사업청에 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임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2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공모 전 구매본부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구매팀장 김모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전 구매센터장 문모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 전 본부장과 김 전 팀장이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허위 견적서를 제출한 혐의와 계약 과정에서 협의서와 견적서 등을 위조해 사용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사청에 떠넘기기 위해 높은 가격의 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방산용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편취한 혐의와 특정 회사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방산용 가격을 부풀린 것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방산용 계약은 가격 형성 이력이 존재하지만, 수출용은 캠페인을 하면서 가격 인하를 설득해 해외 공급업체에서 다른 가격을 적용할만한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한 제품의 가격이 다르다는 사정과 제출된 증거만으로 가격을 부당하게 부풀렸다는 점이 입증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특혜 제공 혐의 대해서도 "물품대금 지급 관행이나 보증서를 받는 것 등은 결국 KAI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경영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방산물품 공급계약의 특성을 악용해 거액을 편취한 재질이 나쁜 범죄"라며 "방산물품 대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돼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아가 일반 사기 사건과 달리 국군의 전력을 약화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 이익 아닌 소속 회사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점과 방사청이 KAI에 대해 상계 처리해 피해도 회복된 점 등은 참작 사유로 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공 전 본부장 등은 2011년쯤 인도네시아 수출용 고등훈련기 T-50과 이를 개조한 방산용 경공격기 FA-50에 장착되는 같은 부품 76대를 함께 묶어 협상·구매하면서 수출용은 가격을 낮게, 방산용은 가격을 높게 하는 이중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부풀려 11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공 전 본부장 등은 방사청 원가 검증 과정에서 2011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해외 부품업체가 발급한 견적서 17부를 위조해 방사청에 제출하는 등 방사청을 속여 15억원의 부당 이익을 회사 매출에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 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구매본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KAI 방산비리'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 본부장은 이날 징역 2년6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