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EXO와 이소연
입력 : 2018-03-09 06:00:00 수정 : 2018-03-09 06:00:00
3월1일, 6월10일, 6월25일이라는 날짜에는 저절로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그렇다면 4월8일은 어떤 날일까? 요즘 중학생과 고등학생, 특히 여학생들에게는 꽤 중요한 날이다. 이날 아이돌 그룹 EXO가 데뷔했다. 2012년의 일이다. IT업계 사람이라면 2년 후인 2014년 4월8일을 기억할 것이다. 가장 오랫동안 이용되었던 윈도우 버전인 XP의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4월8일은 별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 과학과 기술계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날이다. 2008년 4월8일 오후 8시16분39초.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센터에서 소유즈 TMA-12호 우주선이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 우주선에는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타고 있었다.
 
이소연 박사는 2008년 4월8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우주비행을 했다. 당시 그는 고작 서른 살이었지만 한국의 영웅이 되었다. 우주인 꿈을 꾸는 소년소녀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이소연 박사는 2012년 우리나라를 떠났다. 3만6000명의 경쟁자 가운데서 이소연 박사를 선발하고 그를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만드는 데 무려 260억원의 국가예산이 들어간 것을 두고 그를 '먹튀'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생겼다. 심지어 그는 '우주관광객'에 불과했다면서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했다.
 
하지만 따져 보자. 이소연 박사는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근무하기로 한 2년을 넘어 그 두 배에 달하는 4년을 근무했다. 이 박사는 기본 의무를 다 했다. 게다가 4년 동안 이 박사는 무려 200회가 넘는 강연을 해야만 했다. 이 박사가 우주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우주 개발의 중요성과 과정을 강연하면서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소연 박사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대중 강연이었을까? 자신의 경험과 학식을 이용한 우주 개발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은 그에게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그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공위성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워싱턴대학교 공과대학의 자문위원으로 학생들의 연구활동을 돕고 있다. 사이언스 채널, 디스커버리 채널, BBC 등의 과학 다큐멘터리에 자주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이소연 박사를 이해하는 편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한국에 좀 더 남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발간된 과학잡지 <에피> 3호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이소연 박사가 한국을 떠난 것은 자신을 위해서 옳은 판단이었고 우리나라 과학계에는 일종의 경고가 되었다.
 
최근 <에피>를 인용한 언론 보도는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부처명이 바뀌자 정부가 우주정거장에 올라가 있는 이소연 박사에게 우주복 패치를 뜯고 새로운 패치를 붙이라고 요구해서 실제로 그 짓을 해야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많이 다뤘다. 이것은 그냥 웃기면서 슬픈 에피소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소연 박사에게는 국제공동실험 세 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의뢰한 열여덟 건의 실험 임무가 주어졌다. 열흘에 열여덟 건이다. 가능할까? 고민하고 있는 이소연 박사에게 고위직에 있던 어떤 사람이 "열흘 내내 잠을 자지 않아도 사람이 죽지는 않는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주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의 이야기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멀미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한 말이다.
 
이소연 박사는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을 아껴서 실험을 모두 마쳤다. 그런데 그 실험들이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그냥 잊히고 말았다. 이 박사는 이렇게 쉽게 잊힐 줄 알았다면 우주에서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볼 걸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박사는 전자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생명공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에게 단 몇 개의 연구 과제만이라도 스스로 선정하게 하면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는 이 박사를 우주인과 과학자로 대하지 않았다. 그는 상품이었다.
 
올해 4월8일은 EXO 데뷔 6주년이자 한국 우주인 탄생 10주년이다. 엑소 데뷔 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혹시 이날 엑소가 기념 공연이나 인터뷰를 한다면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 10주년을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 혹시 아는가? EXO의 이야기를 듣고 우주인이 된 친구들이 나중에 우주에서 EXO 노래를 들을지 말이다. 4월8일 과천과학관에서는 한국 우주인 탄생 1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소연 박사도 나온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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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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