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항공조종사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조종사의 휴식시간을 늘리고, 시차(4시간 이상) 적응이 어려운 지역 운항 시 비행시간을 30분 줄인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항공승무원의 최소 휴식시간을 현행 8시간에서 10시간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차가 4시간 이상 발생하는 노선을 비행할 때는 최대 비행시간을 30분 줄였다. 조종사 2명이 운항 시 최대 비행시간은 13시간이다. 조종사 3명과 조종사 4명의 최대 비행시간은 각각 17시간과 20시간이다.
또 현재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행시간을 2시간 연장할 수 있는데, 앞으로 1시간 단축된다. 항공사업자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판단해 비행시간을 연장 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은 지난 2016년 12월 완료된 '조종사 피로관리시스템(FRMS) 구축 연구용역 보고서'가 바탕이 됐다. 국내외 조종사의 실태를 광범위하게 조사했고, 내국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2016년 12월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차례 설명회를 진행했을 뿐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내국인 조종사 52%가 수면무호흡증을 앓는다는 내용 등 조종사의 피로가 높아 승객과 국민의 안전이 우려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FRMS' 2차 연구용역이 끝나면 최종본을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면다원검사가 조종사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조종사의 수면상태를 대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뿐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보면 이 검사는 피로도가 높은 노선을 운항하는 조종사를 대상으로 비행을 마친 당일 검사기관을 방문토록 하고, 과거 수면장애, 심혈관질환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조종사는 제외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진행됐다. 보고서도 "노선에 따라 무호흡지수가 유의하게 높았다"고 평가했다. 실험 참여자수는 적지만, 이를 공개해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알렸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억원을 들여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1년 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의혹이 제기되니 되레 연구용역 성과를 깎아내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번 용역은 단순한 피로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될 것”이라며 “정부는 용역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후속조치도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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