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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기재부·정책금융 수장 출신 선호 여전
"자구안 이행 중인 기업, 정부·정책금융 출신 영입 부적절"
"혈세먹는 '하마' 대우조선 반면교사 삼아 내부 감시·견제 강화해야"
2018-03-13 17:43:06 2018-03-14 10:25:34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자구안을 이행중인 조선사들이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와 정책금융 출신 고위관료를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해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내부 감시와 경영진 견제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필수인데, 정부·정책금융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한다. 권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 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지난해 6월 사외이사에서 사퇴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후임이다. 김 전 위원장 사퇴 이후 9개월 만에 빈자리가 채워지는 셈이다.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008년 재직 당시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다가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신규 선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민 전 회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민 전 회장이 롯데경영권 분쟁에 연루돼 있는 데다가 정책금융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전 수장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현대중공업이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2009년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 당시 정책금융 기능을 따로 쪼개 신설한 국책금융기관으로 2015년 산은에 재흡수됐다. 유 전 사장 역시 구조조정 중인 기업에 사외이사로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산업은행이 대형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다.
 
지난 2016년 정부 주도 구조조정으로 강도높은 자구안을 이행 중인 기업들이 정부와 정책금융 출신 고위관료를 영입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주주를 비롯해 정부, 정책금융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회사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로비창구로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각 조선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사외이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총 4번 이사회에 참여했고, 다른 사외이사들과 마찬가지로 상정한 의안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유재한 전 사장 역시 지난해 모든 의안에 찬성했다. 조선사들은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전직 고위관료를 영입했다고 항변하지만 실상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필요한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라 영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총희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대우조선해양이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고도 부실에 빠졌던 것은 감사위원과 사외이사가 감시·감독 역할을 소홀히 한 탓도 크다"며 "대우조선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다른 조선사들도 내부 감시를 상시적으로 하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책임을 묻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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