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MB, 비극이 아니라 희극의 주인공
입력 : 2018-03-19 06:00:00 수정 : 2018-03-19 06:00:00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빠르면 금주 중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중에 그나마 유일하게 예우를 받던 인물도 최소한 재판정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안팎은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드디어 역사를 바로잡게 됐다는 정의감이나 ‘당신마저도’하는 무거운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블랙코미디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를 지키자”는 목소리는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혐의 선상에 오른 돈의 액수로 따지면 20여년 전 기준으로 수천억원대에 달했던 사람들과 비길 바가 아니다. 내란이나 군사쿠테타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옹호의 목소리는 찾을 길이 없고 비난의 목소리는 그 누구에 대해서보다 높다.
 
대중들의 반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명박의 사람들’도 거의 다 등을 돌렸다. 그냥 떠난 것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증언들을 내놓고 있다. 수십년을 함께 한 인사들이 돌아섰다. 물론 일부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을 지키며 현 상황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도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방어하거나 부인하진 못하고 있다. 친박은 초토화됐지만 ‘대한애국당’과 태극기 부대라도 있지 않나. 그런데 한 때 ‘친이 핵심’으로 “BBK를 내가 막았다”고 자랑하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부터 현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하고 있다.
 
이러니 검찰은 물론 여권도 거의 ‘정무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구속시킬 경우 역풍이 불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거나 거꾸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그럴까?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전부터 이 전 대통령 쪽은 다 무너져 있었다. 집단이 공유하는 신념, 신뢰 혹은 이익의 축이 다 무너져 있었다.
 
따져보면, 제일 먼저 무너진 것은 신념의 축이다. 이른바 ‘친이’는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집권을 하고 그 직후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세력이다. ‘중도 실용주의’라는 나름의 이념적 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 당시 격차가 벌어지고 긴장감이 퇴색하면서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이미 신념의 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상징이 만사형통이란 신조어의 주인공이었던 ‘형님’의 전면 등장이었다. 명박산성, 비극으로 귀결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박, 원세훈 국정원의 행태, 댓글부대의 등장 등이 구체적 예다.
 
신뢰의 축, 흔히들 의리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념과 신뢰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남경필, 정태근 등 정권 창출의 중심이었던 소장파 핵심들이 ‘사찰’을 당했을 때 이미 신념과 더불어 신뢰의 축도 깨졌을 것이다. 김희중, 김백준 같은 개인 측근들이 돌아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정두언은 내로라하는 ‘이명박 특등 저격수’다.
 
이익의 축은 신뢰의 축과 겹쳐진다.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순간 이익의 축은 완전히 사라졌다. 게다가 집사나 경리담당자 등 개인생활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었다는 이야기가 들리긴 커녕 믿기 힘들 정도의 박대 사례들만 넘쳐난다.
 
지금부터라도 상황이 바뀔까? 국민들에 대해선 그러리란 기대도 없지만 한 때 가까웠던 사람들, 정권을 같이 만들었던 사람들이라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 내 잘못이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연출될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긴 하다. 어제의 측근들은 물론이고 친인척에 대해서도 “측근들이 자기 혐의를 줄이려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지 않나. ‘돈이 없어서’ 변호인단 꾸리는 게 힘들다고 하니, 모금 하자는 말 안 나오면 다행이다.
 
이 정도면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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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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