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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카스 등 국내 SNS 개인정보 보호 실태는
전문가 "개인정보 수집 쉬우면 유출도 쉬워져" 지적
2018-03-25 09:02:35 2018-03-25 09:02:35
[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국내 SNS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빚은 페이스북처럼 이용자의 동의하에 제 3자에게 제한적인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정보 수집은 합법이지만 SNS를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에서 개인정보 수집이 이뤄지면서 정보 유출이 더욱 쉬워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국내 SNS는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제공, 계정 연동 등의 방식을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 3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정 연동의 경우 이용자의 동의 하에 정보제공이 가능하다.
 
SNS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스토리', 사진/구글플레이
 
제공되는 정보 범위는 대체로 제한적이다. 개발자가 SDK, API를 이용할 경우 네이버 밴드 계정과 카카오 계정 모두 서비스 이용자의 사진과 이름만을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제 3자 서비스에 대한 계정 연동의 경우 카카오계정은 사진과 이름, 이메일주소, 생일, 카카오서비스 내 친구목록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긴 했으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해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과 개인정보 활용 목적, 위탁처리 기관 및 위탁업무 내용, 파기 절차 및 방법 등을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도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에 대한 동의 철회 또는 가입 해지를 언제든 요청할 수 있다"며 "서비스 내 설정 기능을 통한 변경, 가입 해지, 동의 철회를 위해서 서비스 내 계정삭제 요청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연락하면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밴드 측도 "밴드와 제휴한 제 3자의 서비스 이용을 위해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한 경우에 제공하고 있으며 동의 시점에 서비스마다 제공되는 개인정보의 내용을 안내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미 SNS외에 다양한 모바일서비스에서 개인정보 수집이 너무 쉬워져 정보 유출 가능성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클라우드, SNS 등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이 너무 쉬워졌기 때문에 유출이 안 된 개인정보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라며 "앱 접근권한을 과도하게 설정할 경우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있더라도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친화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앱 등을 설치할 때 현재 법상으로는 반드시 동의를 구하게 돼 있다"며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보고 필요할 것 같지 않은데 왜 수집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한다. 설치했더라도 설정 창에 들어가면 허용했던 정보 수집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회원 5000만명의 개인 정보 유출을 방조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200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선거 기간 동안 페이스북에서 회원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활용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쓴 장문의 글에서 "우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할 책임이 있고, 보호하지 못한다면 서비스를 제공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소식은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우리가 이미 취했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저커버그는 편지를 통해 "앞으로 개발자의 데이터 접근과 악용을 막기 위해 3개월 후에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개발자의 데이터 접근이 제거되도록 하고 사용자 이름, 프로필 사진, 이메일 주소 등 3가지만 데이터가 제공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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