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도약 기로에 선 핀테크)②송금부터 자산관리까지…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핀테크
간편송금·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기술이 생활패턴 바꿔
기존 금융권도 적극적 서비스도입 시도
2018-04-02 08:00:00 2018-04-02 0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 직장인 장모(42)씨는 몇 달 전 은행 직원의 추천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로봇이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게 미덥지 않았지만 손을 대는 펀드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며 손실을 입었던 탓에 '한번 맡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후 매일 출근길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펀드의 수익률과 자산진단 보고서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출근 후 다가온 점심시간. 식사를 함께한 직장 동료에게 비용 절반을 이체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로 계좌번호를 받은 장모씨는 은행 앱을 실행하지 않고 휴대전화 키보드 옆에 표시된 은행 마크를 눌러 곧바로 동료에게 송금했다.
 
한국 핀테크 활성화가 글로벌 선진국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핀테크 열풍은 소비자들의 금융생활 패턴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결제를 비롯해 송금, 자산관리 등 최근 은행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금융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작년 말부터 국내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겁다. 성격이나 가치 등을 두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은행망 등 기존 금융 인프라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 개인 간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쉽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작년 누적 송금액 10조원을 돌파한 '토스' 역시 핀테크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은행 계좌를 연동시켜 놓으면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은행 받는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나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손쉽게 송금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생활에서도 핀테크 기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은행업무 중 하나인 송금의 경우 각 은행마다 다양한 방식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한 뒤 송금할 은행 및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수취인 이름, 보안매체 번호 등을 입력해야 했으나 음성 또는 '키보드뱅킹' 방식으로 상대방의 이름이나 연락처만으로도 송금이 가능해졌다.
 
핀테크 기술 도입 초창기에는 주로 결제시장에서 핀테크 기술들이 활용됐다. 핀테크 기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천송이 코트'의 영향이 컸다.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중국인들이 드라마 주인공인 천송이가 입고 나온 코트를 사기 위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몰렸다. 그러나 30만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는 당시 결제 시장 특성상 구매를 포기하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이후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핀테크 기술 도입 등으로 간편결제 시장이 열리며 페이코(PAYCO), 카카오페이 등의 핀테크 플랫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핀테크 기술은 이후 대출 풍속도도 바꿨다. P2P(개인 간)금융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기존에는 대출을 받을 경우 금융사를 이용하는 게 전부였지만 P2P금융업체들의 등장으로 대출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빌려주고 이자 소득을 얻기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주기 시작했다.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금융사보다 낮은 금액에,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일정부분의 위험을 감수하고 금융사보다 많은 이자 소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P2P업계의 누적 대출금은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말 현재 1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것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금융업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적금과 대출 등의 금융상품 등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보험사와 손잡고 모바일슈랑스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대출 상품 역시 신용대출에 그치지 않고 전월세보금증 대출 등으로 다양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시장에 끼친 메기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핀테크 열풍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열풍까지 겹치며 은행업무도 바뀌었다. 최근에는 각 은행마다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송금, 환전 절차 등을 대폭 간소화하고 있으며 AI를 활용해 고객의 자산도 관리하고 있다.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고객상담 등에도 핀테크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은행 업무와 관련한 문의사항 때문에 고객상담센터에 전화할 때마다 긴 대기시간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던 것과 달리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챗봇 역시 핀테크 활용 사례 중 하나다.
 
이처럼 핀테크 기술이 고객들의 금융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이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금융사에게 고민거리다. 기술 개발 또는 제휴, 적용 등에 투입하는 금액에 비해 이용률이 떨어져 고민이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체인증을 활용한 자동화기기(ATM)다. 일부 은행들이 생체인증 기술을 ATM에 적용해 설치했지만 이용률이 높지 않은 탓에 추가 설치를 고민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담당 부행장은 "핀테크 기술이 실제 은행업무에 적용된 사례들이 많아졌는데 일부 서비스의 경우 기존의 익숙함 때문에 이용하는 비율이 낮은 경우도 있다"며 "무엇보다 고객들이 과거에 비해 금융업무 처리가 편해졌다고 느끼는 체감도가 낮은 것 같아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