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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기로에 선 핀테크)④"금융업 진출 활로 열었지만…진입문턱 여전히 높아"
"빅데이터 활용, 신용정보법 개정으론 부족…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해외송금·로보어드바이저, 승인심사만 수개월 지체
2018-04-02 08:00:00 2018-04-02 10:12:05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활로를 열어주고 있지만,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은 진입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업 초기의 소규모 핀테크 업체가 금융업을 영위하려면 관련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시스템 및 인력을 갖추는데 막대한 자금을 써야한다. 자격을 갖췄더라도 금융업 승인 심사를 받는데 수개월이 지체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은 핀테크 산업 육성에서 핵심 요소지만, 빅데이터 정책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 제시된 혁신성장 주요대책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신용정보법 등 실정법 곳곳에 규제조항이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 관련 개인정보와 고객정보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핀테크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경우 핀테크 기업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은행 또는 증권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에 있는 금융정보를 고객이 동의해도 활용할 수 없다.
 
오정근 한국금융ICT학회장은 "핀테크 선진국에서는 10만여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심사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는데 데이터 자료가 방대한 만큼 부도율도 낮다"며 "반면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들의 경우 수십개에 불과한 자료만 활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각 영역별로 특별법이 제정돼 적용 범위가 매우 복잡하고 중복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 이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이 특별법으로 제정돼 있고 의료법, 전자정부법, 주민등록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관련 법제가 산재해 있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활용 등 근본적인 핀테크 산업 과제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려면 컨트롤타워 등 사업 추진체계가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빅데이터 활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폭넓은 활용이 어렵다"며 "관계장관 회의보다는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게 맞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RA)의 경우에도 금융권 곳곳에 이식되고 있지만 현재의 규제 체계는 RA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이 금지돼 있어 RA 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한 투자일임계약이 불가능했다. 그로 인해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RA 업체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단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부터 RA 업체에 한해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을 허용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핀테크 업체들은 수개월이 걸리는 자문·일임 서비스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야 한다.
 
해외송금업의 경우에도 핀테크 업계 의무 부담이 강한 업무로 꼽힌다. 외화송금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이지만, 외화송금을 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할 자금제탁방지 의무 규정 준수는 업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규모 핀테크 업체가 금융당국의 소액해외송금업 승인을 받는데에만 4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과 손을 잡지 못한 핀테크 업체들이 해외송금업에 나서려면 약관의 명시와 주요거래정보 제공, 전자거래 안전성 기준 마련 등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소비자보호 관련 사항을 직접 지원한다면 승인 심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운영에 대한 당국의 의지와 핀테크 기업들의 실제 활용에 따라 한국 핀테크 산업의 발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규제 문턱에 걸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지 못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많이 있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당국의 의지에 따라 핀테크 발전 성공 여부가 갈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규제 샌드박스에 금융사 또는 핀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적용시켜 운영해보다가 비용보다 수익이 더 크다면 관련 규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 혁신 활성화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위쪽 왼쪽 세번째)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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