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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돌아온 'K9'…기존 한계 극복할까
K시리즈의 마침표 승부수…낮은 브랜드가치와 애매한 포지셔닝 극복이 과제
2018-04-04 11:34:44 2018-04-04 11:34:44
[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기아자동차가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더 K9'을 내놨다. 지난 1월 선보인 중형 세단 ‘더 뉴 K5’에 이어 2월 준중형 세단 ‘올 뉴 K3’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K9까지 합세하면서 'K 시리즈'는 2세대 풀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왼쪽부터) 권혁호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사장, 이종욱 총괄PM담당 부사장이 더 K9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아차
 
기아차는 3일 서울시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더 K9 공식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더 K9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더 K9은 K시리즈의 2세대 라인업을 완성하고 기아차 브랜드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K9은 영업일수 10일 만에 2000대가 사전 계약되는 등 초반 출발이 좋다. 이는 지난해 K9 전체 판매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에 기아차는 올해 국내에서 1만5000대, 내년 2만대를 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K9은 모델 노후화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오피러스 후속모델로 지난 2012년 출시된 K9은 첫 해 750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제네시스가 출시된 2015년 이후부터 연간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2015년 4294대에 이어 2016년 2555대, 2017년 1553대에 그쳤다. K 시리즈의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기아차의 야심찬 목표도 흔들렸다.
 
무엇보다 낮은 브랜드 가치와 애매한 포지셔닝이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쳤다. K9은 현대·기아차를 통틀어 최상위 차종으로 분류되지만 경쟁차종 대비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G80과 EQ900 사이의 ‘애매한’ 포지셔닝 등으로 고전했다. K9의 경쟁모델로는 제네시스 G80과 EQ900,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이 있다. 게다가 차량 가격만 놓고 보면 K9의 시작가격이 가장 저렴한 G80보다 약 600만원 비싸다. G80의 가격대는 4880만~7190만원이지만 이번에 출시된 더 K9은 5490만~9330만원이다. 소비자들이 K9보다 제네시스 G80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K시리즈도 마찬가지다. K3는 2015년 4만2854대가 팔렸지만 풀체인지 모델 출시가 늦춰지면서 2016년 3만6854대, 2017년 2만8165대 등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K5도 지난해 전년 대비 14.5%가 감소한 3만8184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2016년 르노삼성 ‘SM6’에게 2위 자리를 내준 뒤 지난해에도 3위에 머물렀고, 심지어 한국지엠의 ‘말리부’에도 밀렸다.
 
기아차는 이번 더 K9 출시를 통해 고급세단 시장 내 입지를 다질 뿐만 아니라 준중형부터 대형세단을 아우르는 K시리즈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단 흐름은 안정적이다. 지난 2월 올 뉴 K3가 출시되면서 3월 판매량 5043대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95.4% 증가하며 선전 중이다. 또 올해 초 상품성을 높인 K5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5043대가 팔려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K3와 더불어 두개 차종이 동시에 월간 판매 5000대를 넘었다.
 
기아차는 더 K9의 기품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외장 디자인, 운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고급스럽고 감성적인 실내공간, 국산 고급차 최고수준의 첨단 주행신기술과 지능형 감성 편의사양 등을 내세워 고급세단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첨단 주행 신기술과 지능형 감성 편의사양을 전 트림 기본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확대된 차체크기에 파워풀한 엔진 라인업을 탑재해 ‘최고급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경쟁모델과 차별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6년만에 풀체인지돼서 돌아온 더 K9을 직접 타본 고객은 K9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고급세단의 경우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K9은 이에 특화된 차량으로 이를 중점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자신감과는 별개로 낮은 브랜드 가치와 포지셔닝의 한계마저 극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K 시리즈의 완결판이 이번 더 K9으로 마침표를 찍을지, 전쟁은 시작됐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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