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 심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민간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시행하자는 최근 정부의 수정제안을 여야가 적극 검토키로 하면서다.
일단 4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법안심사소위는 취소됐다. 4월 임시국회가 방송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파행 출발하면서 국토위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진 결과다. 당초 국토법안소위는 공공부문 주택 후분양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 등 22건의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국토위 소위는 불발에 그쳤지만, 그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던 후분양제 도입방안에 여야가 의견을 같이 하면서 처리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 2016년 12월 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공정률이 80% 이상일 때 입주자 모집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택 착공 전 입주자를 모집하는 현행 선분양제를 제한하는 것이다. 선분양제는 분양권 전매의 폐해를 야기하고, 주택 소비자가 고가의 완성된 주택을 보지 못한 채 구매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주택시장 정상화의 걸림돌로 지적받아 왔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국토위에 “소비자의 권리보호 등을 위한 후분양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검토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후분양을 일시 의무화할 경우 소비자와 공급자에 발생할 문제점을 고려해 공공분양부터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대신 민간부문은 후분양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수정 의견을 전달했다.
줄곧 반대만 하던 여당도 입장을 선회했다.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일정 부분 시장충격을 완화하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정부가 방향을 정한만큼 당도 정책에 발을 맞춰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이원욱 의원은 “일괄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고민이 좀 있었지만, 소비자 만족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란 점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며 “장기간 계류한 법안인 만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매듭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후분양제 도입에 소극적이던 자유한국당도 태도를 바꿨다. 김현아 의원은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진 않는다. 심의를 통해 내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올렸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정상화하면 곧바로 후분양제 도입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법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민간 후분양제 도입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물량이 제한적인 공공 주택 대상 후분양제는 유의미하지 않다”며 “20대 국회 개원 이후 국토위 소속 의원들에게 후분양제는 민간까지 확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고 아직도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계적 확대’라고 명시된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한 시기를 못 박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분양권 전매를 이용한 투기문제 해소와 수요자 주택선택권 확대 등을 위해 2004년 2월부터 실시한 ‘후분양제 로드맵’에 따라 점진적 후분양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택지 우선공급 문제와 주택기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 곤란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 등을 호소하는 건설업계의 제동에 정착하지 못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주택에 한한 후분양제 도입 의지를 나타내면서 국회가 관련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아파트 후분양제 전면 실시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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