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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소프트랜딩하나)②침체기? 안정화?…1분기 시장동향 살펴보니
시총 300조원 증발…김치프리미엄도 10분의 1 수준 축소
"규제·해킹에 실망감 확대" vs. "블록체인 기반 비지니스 확장중"
2018-04-09 08:00:00 2018-04-09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작년 말 가파르게 치솟으며 ‘제2의 튤립버블(tulip bubble)’ 우려를 야기했던 가상화폐 시장이 올해 1분기 동안 등락을 반복하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체 가상화폐시장의 시가 총액은 3개월 새 절반 이상 축소됐고, 해외가격보다 40~50% 비싸게 거래되던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은 한자리대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과 투기성 거품이 빠지고 안정화 단계를 밟고 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일 서울에 위치한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래량 62% 축소…비트코인, 역대 2번째로 낙폭 커
 
올 1분기 성적표만 놓고 보면 가상화폐 시장은 최악의 한때를 보냈다. 글로벌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12월31일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시가총액은 5972억900만달러에서 지난달 말 2669억3800달러로 55.3% 감소했다. 단 1분기 만에 300조원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거래량도 334억달러에서 127억달러로 61.9% 줄었다.
 
대장주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의 전 세계 시장 시세의 경우 작년 12월17일 1만9475달러(시가 기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31일 64.6% 하락한 6892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68%의 낙폭을 보였던 2011년 3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부진한 결과다.
 
한국 가상화폐 시장은 더 다이내믹했다. 올해 1월6일 업비트 기준으로 2888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은 2월6일 한때 662만원까지 내려갔다. 불과 한 달 만에 2226만원(77%)이 폭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세계 각국의 규제와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한 해킹 사태 등이 영향을 미쳤다. 또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하며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던 점도 시장 위축을 이끌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1월말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실명제를 도입하고 은행권 자금세탁방지 상황을 점검하는 등 사실상 신규자금 유입통로도 막았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 열기를 나타냈던 김치프리미엄은 현재 3~5%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그동안 심각한 가격이탈을 보이며, 투기성이 짙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과열 양상이 해소된 셈이다. 
 

 
김치프리미엄 줄며 과열 양상 해소 국면…전망은 극명히 갈려
 
박스권 하단에서 머물던 가상화폐 시장은 현재 상승전환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일 오전 9시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은 753만3000원으로 전날보다 3.48% 올랐고, 전세계 시가총액 규모 2, 3위를 차지하는 이더리움과 리플도 각각 3.34%, 1.73% 증가한 41만9550원, 529원에 거래 중이다.
 
시장에 대한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동안 가격이 급락하는 ‘검은 금요일’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며 “신규자금 유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페이스북 광고 차단과 글로벌 규제가 겹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인 피로감과 실망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시장이 안정됐다기보단 세계 각국의 규제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지금도 익명성, 자금세탁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 추세와 규제에 의한 가격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연 저점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경제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골드만삭스 연구팀이 200일간의 가격 이동을 나타낸 이동평균선(DMA)을 분석한 결과, 2월 최저치인 5922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 시장이 다양한 변화와 위기를 통해 성숙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시장이 과열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거품이 잠잠해지면서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재작년까지만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현재는 투자자 스스로 블록체인의 속성과 특성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어, 버블 논란 등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우 페쿠니언(Pecunian) 캐피탈 파트너는 “시장의 침체는 규제와 해킹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문제로 인해 일어났다”며 “모든 신기술이 이러한 과정을 헤쳐 나갔던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잠시 주춤하더라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지훈 KB금융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가상화폐의 천문학적인 가격 상승률로 버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면서도 “스마트 컨트랙트 도입으로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핵심 매개체로 진화했고, 블록체인을 이용한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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