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입력 : 2018-04-13 06:00:00 수정 : 2018-04-13 06:00:00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이달로스는 손재주가 탁월한 명장이었다.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할 미궁(迷宮)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아내가 황소와 부정을 저질러 낳은 미노타우루스를 가두기 위해서다. 비밀은 혼자만 알아야 하는 법. 미궁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왕은 다이달로스 부자마저 미로 속에 가둬버렸다. 손으로 못할 게 없는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자신과 아들 어깻죽지에 붙였다. 다아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자신 옆에 바짝 붙어 있으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평범한 비행에 싫증이 난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점점 높이 오르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하고 말았다.
 
이 신화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는 빠져 나오지 못할 미궁이란 없다는 것이다. 위상수학은 미궁을 빠져나올 아주 간단한 방식을 제공한다. 한쪽 벽에서 손을 떼지 않고 끝까지 걷다보면 언젠가는 출구를 찾게 된다. 둘째는 하늘 높이 날면 점점 더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워진다는 사실이다. 이카로스는 추워서 정신을 잃고 추락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은 어리석은 인물일까?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모두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래야 신화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유독 이카로스는 바로 실패한 인물로만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이카로스의 비상과 추락에서 영감을 받은 오스트리아 시인 잉에보크르 바흐만이 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시와 이문열의 동명소설도 마찬가지다. '날개가 있으면 추락하면 안 된다. 날개가 있는데도 추락한다면 고장이든 실수든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다른 면을 보자. 이카로스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뛰어 넘어서 다른 세계의 경계를 두드린 인물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카로스의 추락이 아니라 비상인 것이다.
 
중국의 (그냥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아니라)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지난 3월2일 오전 8시50분에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친 후 9시16분에 남태평양으로 추락했다. 대기권에 진입한 뒤 마찰열로 불타고 일부 파편만 바다에 떨어졌으니 누가 주울 확률은 희박하다.
 
하늘의 궁전(天宮)이란 뜻의 톈궁은 2011년 발사됐다. 현재 우주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은 우리나라의 이소연 박사가 다녀온 국제우주정거장(ISS)과 2016년에 발사된 톈궁 2호뿐이다. 톈궁 1호와 달리 톈궁 2호는 장기체류를 목표로 만들었다. 이미 2016년에 우주선 선저우(神丹) 11호가 톈궁 2호와 도킹하는 데 성공해 우주인 두 명이 30일간 우주정거장에 체류하면서 우주의학, 수리유지기술 등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 도킹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뿐이다. 우리가 중국에 발맛사지 받으러 다니는 동안 중국은 1996년 이후에는 인공위성 발사 성공률이 100퍼센트에 달하는 세계 최강의 우주 개발국이 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09년 4월8일 이소연 박사가 러시아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우주에 올라 ISS에 열흘 동안 머문 지 딱 10년이 되었다. 두 차례의 나로호 발사 실패 이후 2013년 1월30일 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나로과학위성이 고도 300킬로미터의 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두 차례의 실패는 우리에게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그 전에 우리는 발사 실패도 못 해보았으니 말이다.
 
한편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KT가 홍콩의 위성 전문회사 ABS에게 무궁화 3호 인공위성을 단 5억 3000만원에 팔았다. 무려 3000억원이나 들여 만든 인공위성을 아파트 한 채 값에 판 것이다. 그것도 몰래. 이후 재매입을 위한 협상을 벌이다 소송을 당해 다시 100만달러를 물어주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톈궁 1호의 추락을 예고하고 경계령이 내리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우주 쓰레기를 걱정하면서 우주에 인공위성 같은 것 그만 쏘아 올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국 기술의 후진성을 거론하며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자기네 우주정거장이 추락하는 사건을 경험하는 중국이 부러웠다. 우주를 탐험해야 한다면 추락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추락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주에 올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날개가 필요하다. 요절 시인 이상이 노래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 날자, 날자, 날자 / 한 번만 더 날자꾸나 /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나볏

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