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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금고, 누가 맡나…이달 말 제안서 접수 완료
우리·국민·신한·KEB하나은행, 신청확정…농협·기업은행 "검토 중"
출혈경쟁·전략노출 '부담'…치열한 물밑경쟁 속 내달 중 최종 결정
2018-04-16 15:29:58 2018-04-16 16:02:1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 입찰 마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중은행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금고의 경우 기관 영업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데다 올해 처음으로 복수 금고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ATM기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시 금고 운영 희망 기관을 대상으로 입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게 되는 이번 시 금고 입찰은 제안서 접수 이후 민간전문가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달 최종 결정된다.
 
통상 지자체 금고는 수조 원의 자산 확보는 물론 공무원 등 고객 유입을 불러오는 부수효과가 있어 은행권에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31조8000억원으로, 기금과 출납업무 등의 측면에서 수익성도 크다.
 
현재 입찰에 참여하기로 확정한 금융기관은 모두 4곳으로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등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지난달 설명회에 참석하며 시 금고 입찰에 관심을 내비쳤던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아직 검토 단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은행의 수성 여부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서울시 금고지기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1600여 명의 금고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시 전산 수납센터를 구축해 시·구 세입금에 대한 일괄 정산 업무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연간 1억 건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OCR(광학문자인식) 센터와 금고 업무 시스템전담부서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최근 중증장애청년을 위한 서울시의 ‘이룸통장’ 발급 등을 지원하며, 서울시 사업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시금고 선정 평가 항목으로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오랫동안 시금고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최대의 강점”이라며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입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타 시중은행에서도 기관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초 기관영업부서를 기관영업본부로 확대한 국민은행은 허인 행장을 위시로 시금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앞서 허 행장은 지난달 김환국 중앙지역영업그룹대표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만나 시금고 복수체제 전환에 환영의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청 금고를 담당하고 있는 신한은행 역시 작년 말 기관영업부문을 기관영업그룹으로 확대 신설하고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장으로 전면 배치했다. 이밖에 KEB하나은행은 자산관리(WM) 전문성 등을 토대로 금고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1, 2금고 신청 여부를 두고도 은행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1, 2금고’ 모두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반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복수로 운영되는 금고는 일반·특별회계 관리의 경우 제1금고가, 기금 관리는 제2금고에서 담당하게 되며 1, 2금고 모두 한 은행이 운영할 수도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입찰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은행에 전략이 노출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언급했다.
 
출혈 경쟁으로 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 금고 유치는 브랜드 가치 향상 등을 위해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출연금이나 실익도 고려해야 한다”며 “각 은행마다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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