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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아오른 남북경협주…과열 주의보
수십개 종목 무더기 상한가·신고가…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2018-04-22 10:00:00 2018-04-22 10: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가까워져 오면서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십 개 종목이 무더기 상한가 또는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투자심리가 폭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단기간에 구체화하기 어렵고 지금 관심을 받는 종목이 실제 수혜주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로 거론되는 31개 종목의 3월 이후 평균 상승률은 101.6%(20일 종가 기준)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의미다.
 
남북 화해 분위기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대북 특사단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2월 말~3월 초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남광토건으로 2월 말 6380원이었던 주가는 3만1450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상승했다. 남광토건(001260)은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한 업체로 토목공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이들을 포함해 남북 경제협력 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한 곳들은 남광토건처럼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이거나 대북 송전 관련 업체, 시멘트·건설·토목 기업들이다. 수도·가스관 업체도 동반 상승했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시작되면 북한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박세원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북 송전주와 개성공단 입주 업체, 금강산 관련 사업 등 대북사업을 펼친 남북 경협주가 북한 이슈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북한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협주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관련 긍정적인 발언이 잇따르면서 특히 최근 2거래일간 급등세를 타는 모습을 보였다. 30여개 종목 중 제룡산업과 현대시멘트, 한창, LS산전, 세명전기 등 5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지난 19일과 20일 중에 신고가까지 뛰어올랐다.
 
문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 이상으로 치솟는 등 주가가 과열된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광토건은 PER이 181배고 고려시멘트도 101배다. 일신석재는 1300배나 된다. PER 100배는 기업이 매년 같은 수준의 수익을 낸다고 했을 때 100년을 벌어야 시가총액이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PER은 성장성에 따라 높아질 수 있지만 100배는 정상 범주를 벗어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남북 경제협력이 이뤄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현재 주목을 받는 경협주가 실제 수혜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건설, 시멘트 업체 등이 강세를 보이지만 단기 내 대규모 남북 경제 협력시도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기업의 본질적 수혜 여지는 미미하다"며 "뜬구름 잡는 개별 대안보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표출되는 이벤트에 따라 수혜주 찾기에 열을 올리지 말고 남북 화해의 과정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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