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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우상호와 함께 드림팀 만들어 문재인정부 성공에 집중"
박원순, 후보 확정 후 첫 일정으로 고 김상현 고문 영결식
“3선 도전 성공해 서울 연결·확장·진화,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2018-04-22 17:06:38 2018-04-22 17:06:43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서울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박원순 현 시장이 확정되면서 주요 정당 간 대진표가 완성됐다. 박 시장과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간 3파전은 6·13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다. 재선 서울시장인 박 시장,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거친 김 전 지사, 두 번의 대선에 출마했던 안 위원장까지 셋 모두 인지도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물들이다. 현재 집권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업고 박 시장이 선두에 선 가운데 다른 두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1강(박원순)·2중 구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게 선거판이다. 남은 시간은 이제 50여일. 각 캠프마다 필승 전략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뉴스토마토>는 각양각색의 행보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세 후보의 표밭갈이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 가재울성당에 은색 카니발 차량이 들어섰다. 짙은 감색 양복 차림의 박원순 후보가 내렸다. 6선 국회의원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고 김상현 상임고문의 영결식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이날 만은 선거운동을 멈췄다고 박 후보는 말했다. 다른 주자들이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속에서도 박 후보가 김 고문의 영결식장을 먼저 찾은 건 민주진영의 정통성을 계승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결식에는 민주화추진협의위원회와 동교동계·서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찾아왔다. 여야 구분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모습을 보였고, 민주평화당 정대철 고문과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그 옆에 서 있다. 이날 장례미사에 참석한 사회 각계인사만 700여명. 고속버스 대여섯 대가 성당 앞길을 가득 메웠다.
 
대성전으로 들어서자 흐느낌과 오열 속에 무거운 공기가 가득하다. 박 후보를 알아본 추모객들이 “박 시장이 오셨다” 하자 박 후보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두 손으로 가만히 그들의 손을 잡았다. 전날 밤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상대로 당내 경선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로 후보 타이틀을 거머쥔 박 후보지만, 기쁜 내색은 감춘다. 대신 눈빛으로 연신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 김 고문과 박 후보의 인연이 깊은 것은 아니다. 김 고문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기 박 후보는 정치권 밖에 있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인권 변호사였을 뿐이다. 박 후보는 “보다시피 김 고문은 당의 지주와도 같은 분이다. 선배 정치인들에 비해 많은 인연을 쌓진 못했지만 그에 못잖게 존경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김주명 서울시 비서실장이 “김 고문의 민추협 활동 시절, 박 후보는 인권변호사 1세대인 이돈명 변호사의 부탁으로 민추협 멤버이기 이전부터 지원을 해왔다”고 귀띔했다.
 
박 후보가 유족석 바로 뒷줄 내빈석에 누런 삼베 검은 띠 한 줄이 들어간 완장을 차고 앉는다. 우 원내대표 옆자리다. 우 원내대표와 박 후보는 살아생전 김 고문이 어떤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공동체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단 말을 되새기며 그를 추모했다. 영결식에서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 고문이 “민주화의 살아 있는 역사,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셨다. 후농(後農) 형님 안녕히 가십시오. 하늘나라서 보십시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어 후배 정치인인 김 의원이 “정치권 거인인 김 고문의 타협 정치가 그립다”라 했고 추 대표는 “당신 향한 진정한 추모는 민주주의 신념을 이 땅에서 키우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 후보는 간간이 눈을 감고 고개를 묻기도 했다.
 
오전 11시40분. 영결식을 빠져나온 박 후보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부터 찾는다.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알려진 한 전 원장이 “모든 것이 순조롭네. 결말도 좋을 것이라 믿는다”고 힘을 실어줬다. 뒤이어 나온 경선 상대였던 박 의원과도 가볍게 목례를 나눴다.
 
차로 이동하는 그에게 3선 도전 ‘각오’를 물었다. 박 시장은 “서울은 지금 단절이 아닌 연결과 확장, 진화가 필요한 시기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내 경선이 치열했던 만큼 박 의원·우 의원과 생긴 갈등 봉합은 숙제다. 하지만 박 후보는 ‘다음’을 더 주목해달라고 했다. “아름다운 경선을 했습니다. 이제 ‘원팀’인 박영선·우상호 후보와 함께 드림팀이 돼 문재인정부 성공의 새 미래를 쓰는 데 집중할 시간이죠.”
 
경선은 끝났으나, 이어질 야당 측 공세가 만만찮다. 전날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서울시장 도전장을 내민 것에 대해 박 후보는 “누가 더 미래 서울시정을 훌륭하게 이끌 인물인지 바른 경쟁을 통해 검증받겠다”고 했다. 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이 서울시장 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질문했다. 박 후보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나도 의도적인 야권의 정치공세”라며 “김경수 의원이 스스로 밝힌다고 한 만큼 바른 판단을 통해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애도일인 만큼 이날은 유족 위로를 끝으로 다른 일정은 갖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가장 여유로운 날이다. 실제 22일 일정을 보면 오전 7시부터 늦은 밤까지 일정이 빼곡하게 짜여 있다. 오전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 10K & 우먼스 하프마라톤에 참석한다. 오후에는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지구의날 행사도 간다. 판세는 다소 유리하다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고 김상현 상임고문 장례미사가 있었던 가재울성당 입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승헌 전 감사원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차현정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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