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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다른 재벌들도 무신고 통관…항공사, 세관 협조로 '프리패스' 서비스"
작년 7월 H그룹 일가 짐 대리운반 의혹…"VIP 입국 통보하면 세관이 묵인"
"세관 직원들에 예약·좌석배정 등 편의 제공"…인천공항, 구멍 '숭숭'
2018-04-22 19:01:18 2018-04-23 14:18:37
[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최영지 기자] 조양호 한진 회장 일가의 명품 밀반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세관의 협조를 받아 다른 재벌 총수 일가에게도 무신고 통관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특권계층의 명품 밀반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유튜브로 영상보기
 
지난해 7월13일 조현아 칼호텔 사장은 대한항공 KE018편을 통해 미국 LA에서 인천으로 입국했다. 조 사장은 몸만 빠져나갔고, 수하물은 대한항공 의전팀이 대신 운반했다. 의전팀은 조 사장의 이름표가 달린 수하물들을 찾은 뒤 2개의 카트에 나눠 싣고는 세관신고서 제출 등 아무런 통관절차 없이 검역대를 통과했다. 당시 수하물 표에 나타난 조 사장의 짐은 4개였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당시 의전팀이 최소 5~6개의 짐을 운반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나머지 수하물은 누구 것일까? 이에 대해 의전팀 관계자는 "H그룹 총수 일가의 짐도 있었다"고 확인했다.
 
본지는 지난해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수화물이 세관 신고를 거치지 않고 통과하는 장면을 단독 입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한항공 관계자도 "당시 J 부회장의 짐도 있었다"고 확인하면서 "의전팀이 세관의 협조를 받아 극소수 VIP의 수하물을 프리패스로 반입해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에 미리 "VIP 짐이 나간다고 '인포'(정보)를 주면 협조가 된다"며 "그 짐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명품이 들어 있어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세관 직원들에게 무료항공권이나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해주고 관리를 해왔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며 "그래도 성수기 예약서비스나 좌석배정 등에서 편의를 봐주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근무했던 현직 세관 직원도 "의전팀에서 미리 요청이 온다. 그러면 그냥 통과시킨다. 보면서도 눈감아주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대한항공 승무원들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극소수의 재벌 총수 일가에게는 'A3', 대기업 CEO급은 'A2' 등 A1~3의 코드명을 부여하고, 특히 'A3'에 대해 세관 프리패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결국 대형 항공사들이 평소 세관 직원들을 관리하면서 그들의 협조를 받아 재벌 일가들의 수하물을 광범위하게 무신고로 반입시키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최근 조 회장 일가의 명품 밀반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국적사인 아시아나항공도 공항 의전팀과 승무원 등 내부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스토마토>가 추가로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지난해 7월 조현아 사장 등의 수하물을 찾은 직원들이 짐을 2개의 카트에 나눠 싣고 세관 직원과 눈인사를 한 뒤 별도의 통로로 빠르게 통과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관세청은 그동안 "세관 직원들과 항공사 의전팀이 서로 안면을 트는 건 불가능하고 친분이 있을 수도 없다"고 부인해왔다.
 
구태우·신상윤·최영지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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