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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송도)③기업들도 땅 사놓고 눈치보기…노른자 땅 허허벌판
신세계·롯데 "계획 수립 단계"…이랜드 "착공 지연"
2018-04-25 06:00:00 2018-04-25 06: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김응태 기자] 송도 개발이 멈춰서면서 일대에 부지를 사놓은 기업들도 눈치만 살피고 있다. 노른자 땅을 선점했지만 3년 넘도록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기자가 찾은 인천대입구역 인근. 이 곳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개통 예정인 데다 신세계, 롯데, 이랜드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며 중심 상권으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주변은 가림막만 쳐진 채 한산한 분위기였다. 공사가 듬성듬성해 중심 상권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였다.
 
이 지역은 땅 주인은 있지만 좀처럼 개발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송도 내 주요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며 유통 업체들이 복합쇼핑몰 개발을 늦추고 있어서다.
 
 
부지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롯데몰이다. 8만4000㎡로 축구장 12개에 달하는 규모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2010년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사업계획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지에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나머지 부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때문에 당초 올해 오픈 예정이었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지체되고 있는 것은 업태에 대해서 협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올라가는 건물은 오피스텔이고, 앞으로 호텔 등 어떤 게 들어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오픈 예정은 아니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와 이랜드의 쇼핑몰 개발도 지체되는 건 마찬가지다. 신세계 복합쇼핑몰은 정확한 오픈 일정을 알리는 대신 사업 계획 준비 단계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6년 신세계그룹과 복합쇼핑몰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가 사들인 부지는 5만9600㎡로, 당시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부지를 매입해 놓은 상태로 2020년 오픈이 확정된 게 아니었다"며 "2016년까지 신세계는 6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송도 신세계 복합쇼핑몰 사업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쇼핑몰, 백화점 어떤 게 들어올지는 모르는 상황"이라며 "어떤 형태로 할지는 계획 수립단계로 여러가지 안이 있지만 지금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 오픈 예정인 이랜드 부지도 착공이 2년째 늦어지고 있다. 쇼핑몰 오픈 일정이 늦춰지는 건 기정사실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쇼핑몰 설립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송도 주민은 "이랜드 부지에는 물류차들이 오가고 있다"며 "물류창고로 쓰이고 있는 것인데 쇼핑몰 설립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착공 지연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2016년에 착공 예정이었지만 3~4년 동안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면서 늦어졌다"며 "마곡 지구 등 다른 곳도 다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선 "일정은 변동이 생길 수도 있지만 2020년 완공이 목표"라며 "현재 착공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완공 일정은 확정됐다"고 답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는 "세 곳 가운데 한 곳이라도 오픈하면 다른 곳도 속도를 낼텐데 아직 어떤 곳도 착공하지 않고 있다"며 "롯데 부지의 오피스텔도 완공시점에 쇼핑몰이 오픈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입주 전에 문을 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임효정·김응태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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