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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용, 패러다임이 바뀐다)⑤전문가들 “원스트라이크아웃·이중 검증 절차 시급”
이중 검증 절차·대주주 검사 진행…글로벌은행 방식 벤치마킹해야
2018-05-16 08:00:00 2018-05-16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권에서는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투명한 인사절차를 정립하기 위해 채용비리 적발 시 관련 임직원의 해임·파면을 원칙화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One- Strike- Out)'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도입하고, 명확한 기준이 있는 모범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또 채용 전후로 학력 위조나 청탁 등을 이중으로 확인하는 점검프로세스 등 외국계 은행이 가진 장점을 활용,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KB우수기업 취업박랍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보험업의 경우 산업 생산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회복에 걸맞은 고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생산과 취업자 간 괴리가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금융권은 고임금 일자리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개개인의 배경보다 실력이 우선되는 기준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채용을 늘려가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금융회사에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재환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서기관)은 “채용비리 문제는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구직자의 채용기회를 빼앗는 행위”라며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채용 관련 공고나 규정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응시한 구직자에 대해 자동적으로 합격 취소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서기관은 “지금까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큰 처벌 없이 관례적으로 해온 부분이 있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등으로 통해 모범 사례를 만들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어 “부정합격으로 피해를 본 구직자에 대한 구제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또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관련 임직원을 퇴출하고, 점수 조작 등 비리로 낙방한 응시생을 구제하는 등 특혜채용 근절방안을 추진 중이다.
 
채용비리 핵심 당사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채용비리 핵심 몸통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채용 제도 개편보다 기본 원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금감원의 경우 감사원 조사 결과나 검찰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채용비리 피해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일반 은행의 경우 불합격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채용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탈락한 지원자에게 (수사 상황 등을) 고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미 은행권에서는 채용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채용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보다 원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 기관의 채용 모형도 참고 지표로 제시됐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실태 조사 대상 기관에서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을 제외했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채용비리를 감시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체계가 잘 갖춰졌다는 이유에서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이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채용관련 내부통제 시스템 현황’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채용 전후로 3단계에 걸쳐 공직자 등과의 이해관계 유무를 살펴보는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서류 전형과 온라인 직무능력시험을 비롯해 롤플레이, 개인PT등 블라인드 면접을 통과한 지원자에 대해 채용 전과 채용 완료 이후에 이중으로 이해 관계와 위조 여부 등을 검증하는 형식이다. 또 정규직이나 인턴 등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청탁 등에 대한 ‘무관용 원칙’ 규정과 ‘직원 비리 신고(Speaking Up) 제도’를 운영 중이다.
 
씨티은행은 내부비리 신고제도의 절차와 전담데스크가 마련돼 있으며, 채용분야를 포함한 인사업무에 대한 대주주 검사(Internal Audit)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이나 HSBC 등 외국계 은행은 대규모 공채보다 필요한 분야에 전문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수시채용과 인턴십 등을 기반으로 한 채용 프로세스를 실시하고 있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골드만삭스가 채용방식에 ‘성격테스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국내은행들 또한 ‘글로벌’과 ‘디지털’에 맞춘 인재 발굴을 위해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우수 인재 유지를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 개발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글로벌은행들의 채용을 국내 금융권과 동일 선상에 놓고 어떤 것이 더 좋다, 아니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고 금융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금융내 IT부분 등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의 경우 역량을 파악하고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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