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대한항공, 승무원에 면세품 강매…인천세관은 신고 받고도 '모른척'
인천세관, 조사 대신 공문 한차례 보내고 끝내…"조현아 실적 위해 캠페인까지 전개"
2018-05-13 15:00:34 2018-05-13 15:00:38
[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에게 기내 면세품을 강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내 면세품 판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사비마저 털어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직원 가족이 인천세관에 신고했지만, 당국은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공문만 한차례 보내고 끝내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기내 면세품 강매 사실을 인천세관에 신고한 A씨는 13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A씨는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아내가 면세품 강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자 인천세관에 신고했다. A씨는 "대한항공이 면세 허용한도까지 넘겨가며 승무원들을 압박했다"며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무원은 관세법에 따라 100달러 이상의 기내 면세품을 구입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구입한 면세품은 압수되며 벌금도 내야 한다. 
 
사진 속 인물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대한항공
 
A씨 설명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1년 기내 면세품 판매를 전면적으로 독려하고 나섰다. 사내 캠페인도 진행됐다. 팀별로 목표 실적을 지정, 실적이 높은 팀과 낮은 팀을 구분해 인사고과에 반영했다. 이에, 마지못해 2000달러가 넘는 고가의 기내 면세품을 산 승무원도 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한 승무원도 "팀장급이 미키모토 목걸이를 직접 차고 홍보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목걸이는 면세가가 2000달러를 넘을 정도로 고가다. 기내 면세품 강매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승무원의 공통된 주장이다. 2010년 조 전 사장(당시 전무)은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을 맡다 객실승무본부장을 겸임했다. 한 승무원은 "조 전 사장의 실적을 위해 캠페인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A씨는 2011년 상반기 인천세관 감시과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전화를 걸어, 본인을 승무원의 남편이라고 소개했다. 대한항공이 고가의 기내 면세품을 직원에게 강매한다는 게 신고 내용이었다. A씨는 강매가 중단될 수 있게 인천세관의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자 인천세관은 2011년 4월14일 전 항공사에 공문을 보냈다. 기내 면세품 판매로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당시 승무원이 원치 않았음에도 기내 면세품을 구매해 세관을 통과한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전 항공사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인천세관은 강매 여부 등 별도로 조사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A씨는 "인천세관에 신고한 뒤, 대한항공이 신고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며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봐 더 이상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미온적인 조치로 아직까지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기내 면세품 때문에 적지 않은 압력을 받고 있다. 기내 면세품 판매실적이 팀 관리자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승무원들은 주장했다. 한 승무원은 "면세품을 적게 팔면 눈치가 있어 압박을 느낀다"며 "지금도 기내 판매실적이 사무장의 인사고과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관련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직원에게 기내 면세품 판매를 할당하거나, 강매를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