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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수익증권은 상설할인매장…같은 펀드도 할인매수 가능
분배율 6% 넘으면서 기준가보다 싼 수익증권에 관심
환노출형 해외부동산펀드, 환율 오르면 환차익 발생
2018-05-30 08:00:00 2018-05-30 10:52:03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때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 눈에 잘 안 띄어 싼값에 거래되는 투자상품이 있다. 모집 당시에는 펀드였고 현재는 증시에서 거래되는 상장수익증권이 주인공이다. 임대료수입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인컴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재테크 투자처다.
 
◇수익증권 거래화면을 찾아라
 
투자하는 자산의 특성상 자금을 추가로 받거나 중간에 환매해서 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펀드가 있다. 펀드를 조성해 부동산 물건을 매입했는데 누군가 환매를 요청한다고 해서 부동산을 매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펀드를 폐쇄형으로 만들어 자금을 모집한다. 일단 펀드를 설정한 뒤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약속한 날짜까지 자금의 출입을 막는 것이다. 추가 투자나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다. 그 대신 최소한의 환금성 확보를 위해 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사고 팔 수 있게 해준다. ‘증시’에 ‘상장’된 펀드(수익증권)라서 ‘상장수익증권’이다.
 
증시에 상장됐으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로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평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거래하는 방법을 모르는 투자자가 많을 뿐이다.
 
상장수익증권도 채권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장외주식(K-OTC) 거래처럼 별도 화면이 마련돼 있다. 증권사 HTS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화면번호 검색창에 ‘수익증권’이라고 입력해 검색하면 전용화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펀드일 때와 상장수익증권일 때 이름이 조금 다르다. 작년 7월에 설정된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 펀드의 종목명은 ‘맵스미국11호’다. 펀드명을 축약해서 종목명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또한 펀드는 매일 자산의 가격을 반영한 기준가로 시세가 매겨지지만, 상장수익증권은 마치 주식처럼 투자자들의 매수·매도에 의해 얼마든지 시세가 달라질 수 있다. 펀드 기준가가 매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시장상황과 투자심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래서 틈이 생긴다. 펀드의 현재 가치가 반영된 기준가보다 증시에서의 거래가격이 낮다면 그만큼 할인된 값에 해당 펀드를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호주 오피스에 관심
 
현재 증시에 상장돼 거래할 수 있는 수익증권의 종목 수는 30여개, 그중에서도 폐쇄형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부동산펀드가 많다. 부동산 임대료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분배하다가 약속한 시점에 자산을 매각해 매각차익을 나누고 사라진다.
 
 
현재 상장된 수익증권이 투자하는 지역은 국내를 넘어 미국, 일본, 호주 등으로 퍼져 있다. 투자물건은 오피스빌딩이 주류다.
 
미래에셋맵스의 상장수익증권은 ‘맵스’ 시리즈다. ‘맵스미국9-2’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 펀드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에 투자했다. 이 오피스공간은 스테이트팜이 100% 책임임차로 들어 있고 나머지 상업시설 공간에는 스타벅스 등이 입점해 있다. ‘맵스 미국11호’도 스테이트팜이 본사로 쓰고 있는 애틀랜타 소재 오피스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맵스호주부동산2’는 호주 연방정부의 교육부가 장기임차하고 있는 캔버라 중심업무지구 ‘50마커스 클라크스트리트’에 투자하고 있다.
 
하나대체투자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하나대체 나사부동산 투자신탁1호’ 펀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장기임차한 워싱턴 D.C.의 행정지역 오피스빌딩에 투자,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하나대체미국LA부동산’은 LA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 본사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의 상장증권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일본 부동산에 관심이 커 보인다. ‘도쿄오피스1’은 도쿄 코토구 아리아케 오피스빌딩을 일본 부동산기업 다이와하우스와 50 대 50으로 공동 소유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주요 임차인인데 임대료가 낮아 인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리테일 공간에는 주차장이 영업 중이다. ‘도쿄중소형오피스’는 도쿄역에서 1㎞ 거리에 있는 ‘오카토 쇼지 도쿄빌딩’에 투자한다. 원래 1997년 건물 준공 때부터 일본의 금융중개회사 오카도 상사의 본사로 사용하다가 2008년 매각 후 계속 임차 중이다.
 
이 펀드들은 모두 핵심 임차인과 장기 임차계약을 맺고 있어 각각의 펀드가 예정된 운용기간을 다 채울 때까지는 임차로 인해 고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나대체 미국LA부동산’은 드림웍스가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해 2035년까지 장기 책임임차 및 관리가 확정된 건물이다. 잔여 임차기간도 18년이나 남았다. ‘하나대체 나사부동산’도 잔여 임차기간이 12년으로 여유가 있다.
 
또한 가격만 맞으면 예고한 운용기간보다 일찍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힌 펀드도 있다. 예정보다 빨리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해외펀드 기준가 변동원인은 ‘환율’
 
이 펀드들은 공모 당시 짧은 모집기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목표액을 넘는 돈이 몰리는 바람에 경쟁률에 따라 투자금을 배분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럼에도 수익증권으로 상장된 후에는 기준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각 펀드가 매입한 부동산자산은 중간에 자산가격을 재평가하기 전에는 자산 자체에서 평가익이나 평가손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준가가 변하는 것은 자산가액에 매일 환율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해외부동산펀드에 한해서다. 펀드 설정 당시보다 원화가 강세라면, 미국 부동산의 경우 원달러환율이 하락했다면 평가손이 발생한다. 펀드 대부분이 자산 일부만 환헤지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돈이 들고 나는 것과 관련돼 있다. 계약에 따라 운용사가 임대료 수입을 전해 받는 날엔 기준가가 오른다. 반대로 분배금이 지급되는 날에는 분배금만큼 기준가도 하락한다(분배락).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환율을 제외하면 임대료 수입은 큰 변동성이 없다”면서 “기준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면 투자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한동우 한국투자신탁운용 아시아비즈니스팀장은 “자산가들에게 브리핑할 때 환헤지하지 말라고 권한다”며 “엔화가 지금은 약세지만 계속 이렇게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똑같은 펀드인데 10% 싸게 거래
 
신규 투자자들은 초기 설정된 가격보다 싸게 매수하면 펀드 모집 당시 운용사가 제시한 것보다 나은 분배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이 급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분배금이 지급되고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기준가와 거래가격이 크게 벌어진 수익증권을 관심후보에 올려 놓고 상품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환율은 기준가에 반영돼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면 된다. 설정된 지 1년이 안된 펀드가 예상수익률을 약간 밑도는 것은 초기비용 때문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특히 ‘하나대체미국LA부동산’처럼 같은 물건을 개인용과 기관용 펀드로 구분해 판매·상장된 경우 비교지표로 삼기에 좋다. 개인이 투자하는 A클래스의 거래가는 899원, 기관전용 F클래스는 985원으로 마감했다. 기관전용펀드의 보수율이 낮아 기준가에서 아주 약간 차이나기는 해도 가격이 이렇게 10% 가까이 벌어질 수는 없다. 그만큼 할인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면 효과를 더욱 키울 수 있다. ISA계좌로 상장수익증권에 투자할 경우 분배금에서 발생하는 15.4%의 세금은 200만원까지 전액 비과세, 200만원 초과금액은 9.9%로 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상장수익증권에 투자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거래량이다. 처음에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매도하지 않는 한 매수할 방법이 없고, 또 매물로 내놓더라도 매도호가를 높게 부르면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거래량이 적다.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매수할 때에도 매도할 때에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운용보수 외에 자산매각 시 별도의 보수가 붙는다는 사실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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