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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생산직 최초 은탑산업훈장…권영국 포스코 명장이 말하는 '기술'
2018-06-14 12:01:55 2018-06-14 12:01:5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기술은 저에게 치열한 도전정신과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경이로운 세계입니다.”
 
지난 8일 서울 임패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철의 날 시상식에서 철상 생산직 최초로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한 권영국 포스코 명장은 ‘기술’에 대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철강 생산직 직원으로는 처음으로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한 권영국 포스코 명장. 사진/포스코
 
권 명장은 포스코 내에서도 10명 뿐인 ‘명장’ 가운데 1명이다. 36년 재직 동안 특허등록 7건, 5등급 이상 우수제안 48건, 궁즉통 8건, 기술노하우 10건 등의 성과를 남겼다. 포스코 최고 기술상인 ‘제철 기술상’ 2회 공동 수상, 창립기념 회장상을 2회 수상하는 등 경력도 화려하다.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한 공적은 지난 2006년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열간 연연속 압연기술’이다. 기존에는 열연제품 소재인 ‘슬래브(Slab)’를 ‘바(Bar)’로 압연하면 상품성이 낮은 끄트머리 부분은 잘라서 폐기해야 했다. 여기서 시간과 소재 낭비가 발생했다.
 
열간 연연속 압연기술은 슬래브를 압연한 뒤 바끼리 이어 붙여 바로 마무리 압연을 할 수 있다.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통판 불량과 재질 편차 등을 최소화해 품질도 끌어올렸다. “우주 왕복선을 개발해 화성을 탐험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기분이었다”는 권 명장은 10년 가까운 도전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현재 대한민국 철강분야 산업정책 수립에 기여할 만큼 주요 공적이 됐다.
 
포항제철공고를 졸업한 뒤 1982년 4월 포스코에 입사한 권 명장은 모든 문제의 답을 현장에서 찾았다. 그는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갔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땐 절망도 하고, 좌절도 했다”면서 “해결했을 때의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좌절하고 있을 시간에 그 문제를 더 가까이 직면하자고 마음먹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제가 가장 즐겨 하는 말이다”고 전했다.
 
겸손한 자세로 엔지니어들로부터 ‘잉글랜드 파트장’으로 불리는 권 명장은 수훈 소감으로 “지금도 제철소 조업 현장, 그곳에서 평생을 바쳐 일하고 있는 수많은 생산직 기술인과 동료 직원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직을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빛나지 않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생산직의 힘으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이뤘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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