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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의 공포…재벌 "무조건 법대로"
한진, 갑질 사태로 초토화…"정치 다음은 재벌, 두려운 건 민심"
2018-06-21 15:13:23 2018-06-21 15:45:52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6·13 지방선거 후폭풍이 재계에까지 확산됐다.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열망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확인됐다. 한진 갑질 파문이 몰고 온 파장도 재벌에게는 두려움을 심어줬다. 보수의 붕괴로 더 이상 재계 이해를 대변해 줄 세력이 없는 점도 재벌로서는 부담이다.
 
지방선거 이후 재벌에 대한 압박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다시 시작됐다. 지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그룹의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분야에 지분을 다수 갖고 있다”며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겨냥했다. “지분을 계속해 보유하고 있을 경우 공정위의 조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공정위는 다음주 중 대기업집단의 최근 4년간 내부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외에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삼성을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도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요 그룹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겉으로는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등 초대형 정치이벤트가 끝났으니 그간 소홀했던 경제에 매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점은 재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론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정치에 이어 재벌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달 25일 열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STOP 4차 촛불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시작으로 조양호 한진 회장 일가의 온갖 비리와 일탈이 드러나면서 재벌에 대한 윤리적 기준도 높아졌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 결과 총수 일가와 관련한 잡음이 적어던 LG는 최상위권에, 갑질의 대명사가 된 한진은 최하위권에 고정적으로 위치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재벌의 비행에 대한 사회적 낙인효과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증명했다.
 
재벌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삼성은 창립 이후 고수해오던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하고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도 나섰다. 그럼에도 과제는 산적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좋건 싫건 지금은 무조건 법대로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로 기존 정치가 송두리째 뽑혔다. 다음은 재벌 수순"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두렵다"고 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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