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현대차 공작기계, 오너 이해 사업인가
입력 : 2018-07-01 15:46:18 수정 : 2018-07-01 15:46:18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지난달 27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최로 열린 ‘제172회 중견기업 CEO 조찬 강연회’. 이 자리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현대차그룹은 경쟁력이 떨어짐에도 오너의 이익을 위해 공작기계를 만들고 있다”며 “중견기업들이 잘 하도록 매각 등 빨리빨리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서 공작기계를 만드는 계열사는 현대위아다. 재계는 홍 원내대표 발언이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확대 등을 위한 압박의 일환이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이 과연 중견기업 몫을 빼앗기 위해 공작기계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로 불리는 공작기계는 공정관리와 제품 품질의 기반이 되는 핵심 솔루션이다. 공작기계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떠한 순서로 제품을 생산할 때 가장 이상적인 품질이 나오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제조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정관리는 제조업체의 일급기밀로 분류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당시 현대정공 사장)이 지난 1994년 9월4일 미국 시카고 국제공작기계 전시회에 마련한 현대정공 부스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공작기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애환이 담긴 사업이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을 세웠고, 현대자동차서비스와 함께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지금은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으로 바뀌었다.
 
컨테이너 박스를 현대그룹 최초의 세계시장 1위로 키워낸 정 회장은 자동차 생산라인에 쓰이는 핵심 공작기계의 국산화와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1991년 1월31일 울산공장 제2야드에 총 1만5000평 규모 부지에 공장단지를 준공, 사업을 시작했다. 정밀기계인 공작기계는 기업에게 자산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시 해외에서 한국산 공작기계는 거의 알아주지 않았다. 현대정공도 초창기부터 경기 후퇴, 업체 난립, 고기술 수입품의 저가공세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정 회장은 내수시장에서 판매망과 사후 서비스를 강화했고, 선진국인 독일 등에서 공부한 고급인력들을 대거 유치해 기술연구소에서 공작기계 국산화 개발에 전념토록 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직접 나서 1995년부터 미국과 유럽에 현대 공작기계를 수출했다. 일본이 15년 걸릴 것이라고 예견했던 글로벌 경쟁력을 단 4년 만에 끌어올렸다. 현대위아는 지금도 공작기계 사업 실적을 정 회장에게 별도로 보고하고 있을 정도로 각별하다.
 
지난해 기준 현대위아의 매출액 7조4873억9200만원 가운데 기계사업 부문은 1조451억4200만원으로, 비중은 13.96%다. 기계사업에는 공작기계, 공장자동화설비(산업기계), 로봇, 프레스, 방위산업 관련 제품 등이 포함됐다. 공작기계 부문만 보면 매출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국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현대위아 37.5%, 두산공작기계 36.5%, 화천기계공업 14.5%로 3곳이 88.6%를, 산업기계는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심팩 등 3곳이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외견상 독과점 구조로 보인다.
 
하지만 공작기계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라 다수의 업체가 시장에 참여한다. 점유율은 낮더라도 특정 품목에서 강점을 가진 강소기업이 많기 때문에 전체 점유율이 높다고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니다. 현대위아가 점유율이 높지만 현대차공장에 사용되는 모든 공장기계를 공급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수많은 기계를 모두 만들 수도 없거니와 그럴 경우 수익성 문제로 회사가 자멸할 수도 있다.  
 
현대위아가 공작기계 사업을 떼내도 회사는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중견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는 매출 상승효과도 크지 않다. 분리될 경우 그만한 중견기업 하나가 더 생기는 것 이외에는 큰 의미는 없다. 중견·중소 공작기계의 위기는 중국 등 신흥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측면이 크다. 이들에게 경쟁력 혁신을 유도하는 대신, 현대위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몫을 뺏어 나눠준다는 것이 산업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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