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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무게…속내는?
이번엔 한국당이 주도…주판알 튕기는 정치권
2018-07-03 06:00:00 2018-07-03 09:46:03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 붙은 건 그동안 줄기차게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이 선거 참패 후 찬성으로 돌아서면서부터다. 당이 고사 위기에 직면하자 위기탈출 수단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먼저 들고 나온 것이다.
 
당초 선거구제 개편은 민주당과 군소정당이 공통적으로 주장해 온 숙원과제였다. 목적은 서로 달랐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텃밭이던 PK·TK를 무너뜨리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군소정당은 거대양당 기득권에 막힌 의회 진입장벽 완화를 노렸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가장 급한 쪽은 한국당이다. 지난 달 13일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일정 득표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참패했다. 승자독식형 현행 제도는 한국당이 패자가 되는 순간 모든 혜택을 민주당에 몰아줬다. 한국당은 거대양당으로서의 이점도 누리지 못했고, TK만 간신히 지키며 지역 기반도 대거 상실했다. 당내에선 현행 선거구제가 유지된다면 다음 총선 패배도 불보듯하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2일 ”소수정당에 유리한 중선거구·연동형비례대표제까지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겠다”면서 “기득권을 버린 전향적인 입장변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내는 표계산이다. 지난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합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선거구제를 개편할 경우 민주당 의석수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걸로 나왔다. 위기를 벗어날 유일한 길이 현재로서는 선거구제 개편 뿐인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PK를 석권, 지역주의를 장벽을 허물어 선거구제 개편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런 이유로 선거구제 개편에 다소 느긋한 편이지만, 지역주의를 완전히 해소하고 비례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비례성을 강화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대통령 개헌안에 관련 내용을 담은 바 있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시작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선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있을 개헌안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이런 원칙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구제 개편은 군소정당들에게도 기회다. 그동안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은 중대선거구·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주장해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이 한국당에 달렸다. 이 기회에 개편해야 한다”며 적극 환영했다. 바른미래당도 김수민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답게 즉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안 협의에 착수하고, 연내 국민투표까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바란다”고 촉구했다. 평화당은 당 지지율이 낮은 만큼 실익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평화당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해서라도 비례성을 강화해야 하지 않냐”고 했다.
 
일각에선 선거구제 개편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재 300석의 의석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우선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달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평화, 그 문을 열다…비핵화 넘어 공영의 시대로'를 주제로 한 '2018 한반도평화 심포지엄'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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