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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회계비리 적발…재계 충격에 한숨만
김영배 전 부회장 14년 간 이사회 승인 없이 사업비 유용…임직원 격려비 외 비자금 조성 의혹도
2018-07-02 18:28:27 2018-07-02 18:45:57
[뉴스토마토 채명석·구태우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의 노사관계 지원사업 등에서 발생한 비정기적 수입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총은 임직원 격려금(특별상여금)으로 지급했다며 의혹을 일부 시인했다. 
 
비자금 조성 및 운영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은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비 유용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격려금 지급 사실이)이사회에서 일부 누락됐다"고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경총은 매년 2월 이사회를 열고, 직전해와 당해의 사업과 예산을 보고한다. 경총 임직원의 인건비도 이사회 때 승인을 받는다. 
 
김영배 경총 전 상임부회장이 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경총은 용역사업과 노사관계 지원사업 등에서 발생한 수입을 떼,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이사회에는 직전해 추가 수입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총 사무국이 내부적으로 결정해 격려금을 지급했다. 격려금은 1년 3~4회, 기본급에 비례해 지급됐다. 직원의 급여 통장이 아닌 현금으로 건네졌다. 김 전 부회장 재임기간 14년 동안 관행적으로 반복됐다. 현금 지급시 급여 통장에 기록이 남지 않아 직원의 선호도가 높다. 경총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과 비교해 직원 임금이 20%가량 낮아 사기 진작 차원에서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격려금 지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총이 회원사와 이사회에 알리지 않고, 사무국 임의로 사업비를 유용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는 대관 등 다른 곳으로 얼마든지 현금이 유용될 수 있다는 추가 의혹을 낳는다. 경총 사무국이 외부 감사가 느슨한 틈을 타, 분식회계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는 내부 증언도 잇따른다. 
 
경총은 회원사가 노사갈등에 처하면 임단협을 위임받아 대리한다. 경총은 삼성전자서비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의 하청업체들이 2013년부터 차례로 노사갈등을 겪자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들 업체로부터 총 20억원을 받았으며, 이중 11억원을 임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이사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이런 수익이 매년 생기는 게 아니라서 일반회계로 잡지 않았던 것"이라며 "특별회계로 편성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의 해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론도 이어졌다. 경총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문제를 지원하면서, 거액의 금액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총은 삼성전자로부터 2억2000만원을 받았으며,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연구용역비라고 해명했다. 경총은 삼성전자와 공모,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사 교섭을 지연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총을 앞세워, 교섭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액이 경총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의혹도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는 2011년 이후 경총에 회비를 내지 않다, 2013년부터 회비 납부를 재개했다.
 
김영배 전 부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총은 2007년부터 회계 관리를 외부 감사에서 내부 감사로 바꿨다. 경총은 회계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부 감사로 바꿨다고 했다. 경총이 수년간 일부 사업비를 임직원 격려비로 유용할 수 있었던 데는 회계 관리가 느슨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수입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하는 수법으로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회장 집무실에 마련된 금고도 의혹의 대상이다. 김 전 부회장은 "빈 금고였고, 경총의 사업비를 개인 용도로 착복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사태로 또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정경유착의 민낯을 드러냈다. 노사정위에 사용자 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총마저 내부 비리가 적발되면서 재계를 대변할 곳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여당은 재벌개혁의 기치로 재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명석·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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