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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질책에…당국, '은산분리 완화' 재시동
뒤늦게 국회 정무위 설득전 나서…'특례법 제정' 정재호 의원안 유력
2018-07-03 08:00:00 2018-07-03 08:32:02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 논의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 활성화 등 금융규제 개혁 속도가 늦다고 질타하면서 뒤늦게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가 미흡하다'는 청와대의 질타를 받은 후 은산분리 완화 이슈를 재점화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를 이유로 국회 설득에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후방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는) 국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며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바로 논의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정책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으로 대표되는 포용적 금융에 집중했던 면이 있다"며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는 등 정책 추진 기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융개혁에 있어 부처 색깔을 내는데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기했던 '규제혁신점검회의'에서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문제는 핵심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이후 단기간에 금융소비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여권이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준비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회의를 연기했다. 국민이 더욱 체감할 규제개혁의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은산분리 완화는 기존의 은행법을 개정하거나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금융당국이 입법기관(국회)를 건너뛰고 단독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당초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부터 금융위는 현행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는 은행법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현 여권의 반대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지난해에는 금융위의 정책자문기구격인 금융행정혁신자문위원회도 '인터넷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는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건의하면서 금융위의 운신폭은 더욱 좁아졌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는데,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은행법 개정안과 특별법 제정안 형태로 은산분리 규제 예외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50%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 2건(강석진·김용태 의원안)과 34%까지 허용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 3건(정재호·김관영·유의동 의원안)이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돼 있다.
 
이와 관련해 당국 주변에서는 정재호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특례법' 제정이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를 해소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34%까지 완화하자고 내용이다. 또 이 같은 특례를 2019년 12월31일까지 금융위가 인가한 인터넷은행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특징이다.
 
정무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특례법의 경우 행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 보다는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당국 의견을 반영해 통과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재호 의원 측도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하는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할 보완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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